정보는 국력.. 17개 정보기관, 세계를 '손금 보듯'

조회수 2017. 8. 1.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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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보기관과 국력
워싱턴DC 부근 볼링(Bolling)기지에 위치한 미국 국방정보국(DIA) 전경. DIA 제공

국방무관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정보수집인데 그 과정이 합법적이고 투명해야 오랫동안 제대로 일할 수가 있다. 특히 외국에서 무관 임무를 수행할 때는 정보수집도 중요하지만, 주재국의 신뢰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필자는 국방무관으로 근무하며 공식 회의, 대담, 행사, 리셉션, 만찬 등을 통해 항상 투명하게 정보를 수집했고, 무관들에게도 정보를 수집하되 정당한 방법과 정상적 절차를 통해 하도록 했다. 그것이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위해 더 현명하고 바람직하며 공고한 한미관계 유지에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국방무관 임무를 수행하면서 보니, 우리가 알려고 하는 대부분 정보를 미 측이 제공했다. 한미동맹의 강점이다. 특히 북한의 도발이나 북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것은 한미가 매우 긴밀하게 공유한다. 따라서 무관이 열심히 근무해 정상적인 채널로 획득할 수 있는 정보만 잘 수집해도 우리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이나 정보가 중요하다. 적이 도발하지 못하게 억제하고 적과 싸워 이겨야 하는 군 조직에서는 정보가 생명이다. 그래서 손자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정보 면에서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총 17개의 정보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17개 정보기관을 통틀어 정보커뮤니티(Intelligence Community)라 부르는데, 국가정보국(ODNI)이 나머지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며, 국가정보국장이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정보기관들은 국가안보와 국제관계에 관해 미국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때로는 독립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일한다.


필자가 워싱턴에서 근무할 때 ODNI 국장 클래퍼 장군은 미군 정보병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정보장교였고, 국방정보국(DIA) 국장과 국방부 정보차관을 역임했으며, 1980년대 중반 주한미군 정보참모부장으로도 근무해 우리나라에 대해 잘 알고 관심도 많았다.


그와 종종 만나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세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는데 매우 우호적이고 고도의 전문성 있는 정보맨의 표상이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6년 반을 ODNI 국장으로 있다가 퇴임했는데, 이는 미국이 전문성 있는 인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인사제도의 한 단면이다. 퇴임 후 지난달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다시 반갑게 만나 대화를 나눴다.


미국 정보기관 총예산은 2013년 기준 527억 달러(약 59조 원)로 이는 그해 우리나라 국방비 총액의 약 1.7배가 넘는다. 여기에는 10만 명 이상 직원의 급여와 인공위성 프로그램, 항공기, 정보분석,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관한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각 정보기관별로 할당된 예산과 업무별 예산은 비밀로 취급돼 공개되지 않는다.


17개 정보기관 중 ODNI와 중앙정보국(CIA)은 정부의 어느 한 부처에 속하지 않은 독립정보기관이고, 국방부와 정부 주요 부처에도 정보기관이 여럿 있다.


이들 중 국방부 예하의 정보기관이 8개로 가장 많다. 국방부 직속으로 DIA·국가안보국(NSA)·국가지리정보국(NGA)·국가정찰국(NRO)을 두고 있고 육·해·공군, 해병대도 각각 정보기관을 갖고 있다. 정부 주요 부처별로 7개의 정보기관을 갖고 있는데 에너지부·국토안보부·법무부·국무부·재무부 등에도 각각의 정보기관이 있다.


CIA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대통령 등 고위 정책결정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며 본부는 워싱턴 부근 랭리에 있다. CIA는 9·11테러 이후 대테러작전도 수행하고 빈 라덴을 제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CIA는 북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사이버작전 등에 관한 임무도 수행하는데, 최근에 북 핵·미사일 위협 대응 전담조직인 코리아임무센터를 신설했다. 폼페오 CI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북 핵 위협과 대응에 관해 질문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美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 DIA) 문장

필자는 주미 국방무관으로서 북한의 도발 억제와 북 핵·미사일 위협 대응은 물론 한미 안보협력을 위해 DIA 등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업무를 수행했다.


DIA는 워싱턴 부근 볼링 기지 안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직원 수가 약 1만6500명 되는 방대한 조직으로 임무는 주로 국방과 군사작전에 필요한 해외 군사정보를 전투사령부와 국방정책 결정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본토는 물론 해외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작전승리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 DIA는 주미 국방무관부와는 물론 우리 군의 정보기관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며 대한민국 방위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DIA는 워싱턴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의 국방무관들에 관한 지원과 협조를 담당하는 주무기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미 국방무관은 DIA 국장과 두세 달에 한 번씩 공식적으로 만난다. DIA는 각국 무관들에게 미국의 안보정책과 국제관계 등을 브리핑해주고 대화·친교의 시간을 갖는데, 필자도 이 행사에는 반드시 참석했다. 필자가 재임 시 DIA 국장이던 버저스 장군과 플린 장군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우리나라에 매우 우호적이었을 뿐 아니라 업무에 적극 협력해 줬으며 필자와도 가깝게 우의를 유지했다.


NGA는 국가안보에 필요한 지리정보를 분석·전파하는 국방부 예하 정보기관으로서 워싱턴에서 한 시간 거리의 포트 벨보아 육군기지 안에 있다. 필자가 근무할 당시 롱 국장은 17개 정보기관 중 최초 여성국장으로서 전문성이 풍부하고 한국에도 매우 협조적이었다.


NSA는 국방부 예하의 국가급 정보기관으로서 통신정보를 담당하며 메릴랜드주 포트 미드라는 육군기지 안에 있다. NSA 국장은 현역 대장이 맡고 있으며 사이버사령관을 겸한다. 필자의 워싱턴 근무 시 NSA 국장은 알렉산더 대장이었는데, 그는 8년 반 동안이나 NSA 국장직을 수행했다. 이 또한 전문성을 중요시하는 미군 장성들에 대한 인사제도의 한 사례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우수한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방대한 예산을 투자해 최고의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고도의 전문성과 투철한 국가관, 직업의식을 갖고 있었다. 우수한 인력과 고도의 전문성, 그리고 투철한 직업의식이 필자가 본 미국 정보기관의 강점이다. 실제로 전 CIA 국장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CIA 요원들은 매우 우수하며 투철한 충성심과 국가관을 갖고 있다”고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현지에서 지켜본 미국은 9·11사태 이후 정보기관 간 정보공유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어 실시간 정보공유를 잘하고 있었다. 정보는 보안이 중요한데 미국의 정보기관과 군 간부, 그리고 정부 관료들은 보안의식이 투철했다.


공고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최고급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미 간에는 우리 합참과 한미연합사, 예하 구성군사령부는 물론 워싱턴에서도 대한민국 방위를 위해 활발한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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