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미국을 움직이는 최고 두뇌 싱크탱크

조회수 2017. 7. 3. 20: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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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본 한미동맹

워싱턴에 근무하면서 인상 깊게 바라본 것 중 하나가 바로 싱크탱크(Think Tank)다. 야전과 정책 분야에서 군 생활을 했지만 싱크탱크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던 필자에게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는 새로운 공간으로 다가왔다.

출처: 필자제공
필자가 2016년 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미국 RAND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을 하던 당시 연구소 앞에서 찍은 사진.

싱크탱크는 각 분야의 학자 또는 정책수행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자문하는 기관으로 미국을 움직이는 중요한 그룹 중 하나다. 워싱턴에는 미 행정부와 의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간 싱크탱크들이 여러 개 있다. 물론 행정부와 의회에도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고 자체 연구기관도 있으나 민간 싱크탱크가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비전을 제시하면 많은 부분이 채택되고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싱크탱크는 미국의 정책을 선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건전한 비판을 통해서 발전을 추구한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는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카네기평화재단(CEIP),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등이다. 이러한 싱크탱크 대부분은 기부금으로 세워지고 독립적으로 운영돼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부가 민간 싱크탱크 운영을 정부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싱크탱크는 정부기관의 연구용역도 시행하지만 창립자나 후원자들에 의해 운영기금이 많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5년 전역 직후 RAND연구소에 객원연구원으로 가 있을 때 마이클 리치 RAND연구소장에게 왜 연구소를 워싱턴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에 세웠는지 물었다. 그는 “워싱턴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정치권의 영향을 덜 받고 독립성을 유지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답했다. 워싱턴에서 미 행정부의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싱크탱크 중 헤리티지재단이 보수성향이라면, 브루킹스연구소는 진보성향, CSIS는 중도성향이다. 이 연구소들에는 지한파 혹은 친한파 학자들도 있어서 한미관계나 국제문제에 있어 우리나라의 입장을 지지해주고 필요 시 우리에게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싱크탱크에는 순수한 이론가나 학자들도 있지만 관료들이나 장성들이 공직에서 물러나 있는 기간에 싱크탱크에서 연구하며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자신의 역량이 업그레이된 상태에서 새 정부에 참여하기도 한다.

출처: 필자 제공
미국 싱크탱크 중 하나인 RAND연구소 전경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플루노이 미 국방차관이나 캠벨 국무부 아태차관보도 CSIS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 보좌관도 브루킹스 연구원 출신이다. 현재 CSIS연구소장인 햄리 박사는 국방부 부장관을 역임했다. 브루킹스의 탈보트 연구소장과 카네기재단의 번스 연구소장은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고, 헤리티지재단의 퓰러 전 총재도 의회에서 일했다. 헤이글 전 국방장관도 상원의원을 마치고 장관 임명 전에 대서양위원회라는 싱크탱크의 의장을 역임했다. 이렇듯 저명인사들 중에서 싱크탱크와 관계된 인사들이 대단히 많다.


싱크탱크에서는 연구소 자체 연구원들의 학술발표 외에도 고위인사나 상·하원의원,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각군 총장 등 군 주요직위자, 국제기구 인사 등이 정책발표나 국제관계와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이슈에 관해 강연하고 토론하기도 한다. 이 중 중요한 것은 생중계되고 연구소 홈페이지에 녹화된 파일이 있어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다.


각국 대통령들이나 주요 인사들이 워싱턴의 싱크탱크를 찾아서 연설하고 토론하거나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한곳에 모아 연설하고 토론하기도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CSIS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필자가 워싱턴에 있을 때 우리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각군 총장들이 워싱턴에 오면 싱크탱크를 방문해 토론하는 것을 건의해 여러 차례 토론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는 정부와 국민 간에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사례를 우리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각군 총장에게도 전하며 우리 군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이러한 노력이 필요함을 조언하기도 했다.


필자는 워싱턴에 근무하며 시간이 되면 민간 싱크탱크에서 열리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자주 참석했다. 이곳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고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을 읽을 수 있으며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또 미국 정부의 주요 인사나 국제적 인사들이 얘기하고 토론하는 것을 들으면서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귀국 직전에 필자의 일정을 담당하던 무관부 행정직원에게 국방무관으로 재임 중에 싱크탱크 세미나에 몇 차례나 참석했는가 물었더니 공식적으로 참석한 것만 76회라는 답이 돌아왔다. 필자도 국제정세와 북 핵 문제, 한반도 안보에 관한 많은 것을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배웠다. 2015년에는 RAND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는 외교 안보와 국방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복지,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800여 명이 포진해 정책을 개발하고 있었다. 연구소 본부는 캘리포니아에 있지만 워싱턴 펜타곤 부근 사무실에서도 약 400여 명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정책개발과 연구활동이 있기에 미국이 오랜 세월 세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으니 싱크탱크 또한 미국의 힘이다.

출처: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요즘도 워싱턴에 가면 싱크탱크를 찾아 그동안 알고 지내던 전문가들과 최근 정세를 논하기도 하고 그들이 서울에 오면 만나서 미국과 세계의 움직임을 듣기도 한다. 싱크탱크는 잘 활용하면 워싱턴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정책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에 자기 나라를 알릴 수 있는 많은 전문가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그들과의 활발한 교류활동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국제사회와 미국 조야에 알리고 지지를 얻기 위한 활동을 많이 한다.


따라서 싱크탱크에 대한 인적·경제적 투자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며 국익증진과도 직결됨을 필자는 워싱턴 생활을 통해 깊이 실감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중진국인 우리는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들과 교류하고 국제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한파 외국 전문가들과의 교류도 확대해 세계 속에 웅비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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