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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닷컴부터 블리자드까지, 표절 소송 잔혹사

조회수 2017. 7. 21.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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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게임사의 표절 소송,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인기 게임사는 법원도 자주 드나든다. 불법 프로그램이나 유저들과의 분쟁도 그렇지만, '표절'로 공방을 벌이는 일도 흔하다.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 역시 지난 6일, 중국 게임사 '문톤'의 <모바일레전드>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이어 문톤 역시 성명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격렬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라이엇게임즈가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발송한 서류에 따르면, 문톤은 라이엇게임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리그오브레전드>의 아트, 캐릭터, 맵과 규칙, 로고 등을 차용해 <모바일레전드>, <매직러쉬> 등 다수의 게임을 서비스했다. 더불어 문톤 측이 홍보 문구에 직접적으로 <리그오브레전드>를 언급하고 같은 게임인 것처럼 호도하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분위기의 아트, 유사한 캐릭터의 외양과 스토리, 같은 스킬 등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표절을 증명할 수 없는 걸까? 게임의 규칙과 장르도 저작권이 있을까? 한쪽은 PC, 다른 쪽은 모바일 플랫폼인데 부정경쟁이 성립할 수 있을까? 알면 알수록 복잡한 저작권 다툼, 과거 다른 게임사의 사례를 살펴보며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도록 하자.

# 정식 출시도 안한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다 : 블리자드 VS 유니코


CBT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오리지널과 똑같은 게임이 등장한다면? 로고마저 유사하다면?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린 '블리자드'가 당한 일이다. 2013년 11월, 당시엔 CBT 중이던 <하스스톤>과 유사한 게임이 중국에 등장한 것. 먼저 영상을 보자.

문제의 게임은 중국 게임사 '유니코 인터렉티브'가 서비스하는 <와룡전설: 삼국명장전(卧龙传说-三国名将传, Legend of Crouching Dragon)이다. 영웅 중 하나를 골라 1:1 카드 대전을 벌이는 게임으로, 인터페이스와 게임 시스템, 아트와 음악 모두 <하스스톤>과 흡사하다. 심지어 일부 중국 게임 웹진은 <와룡전설>을 보도하며 "<하스스톤 > 베타키를 구하지 못했거나 안드로이드 OS라서 게임을 하기 힘든 유저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라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2014년 1월, 블리자드는 유니코 인터랙티브를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블리자드는 "<와룡전설>이 <하스스톤>의 로고와 카드 디자인, 게임 규칙과 알고리즘, 인터페이스 등을 무단으로 도용해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고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유니코 인터렉티브는 2월에 <와룡전설> 서비스를 중단하고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리는 등 서둘러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11월, 중국 상하이 중급인민법원은 블리자드의 손을 들어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유니코가 <하스스톤>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CBT 계정을 얻었고, <와룡전설> 개발이 불과 20일 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법원은 "간단한 게임의 규칙은 지적 재산권의 보호 범위 내에 들어가지 않으나, 유니코 측의 행동은 업계의 상식을 벗어난 모방으로 불공정 경쟁에 해당한다." 고 판결 내용을 밝혔다. 이어 10일 이내에 홈페이지에 표절 사실을 밝히고 경제적 손실을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유니코 인터랙티브는 상하이 법원으로부터 어떠한 서류도 받지 못했으며, 손해배상금이 1천만 위안(약 20억 원)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유니코 인터랙티브는 이후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 소스 코드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 릴리스게임즈 VS 유쿨 


<도탑전기>의 개발사 '릴리스게임즈'는 2015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히어로즈차지>의 개발사인 '유쿨'을 고소한다. <히어로즈차지>가 <도탑전기>를 표절했다는 것이 이유다. 두 게임 모두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3>와 밸브의 <DOTA 2>를 베꼈다는 의혹이 있지만, 릴리스게임즈가 주장한 것은 아트가 아니라 '소스'였다. 잠깐 아래의 영상을 보자.


히어로스차지, 도탑전기 소스코드 도용 증거영상

영상은 릴리스게임즈가 소송 직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것으로, <히어로즈차지>에서 특별한 동작을 하면 팝업이 나오는 비밀 코드를 담고 있다. 이 팝업에는 <도탑전기>의 개발사인 릴리스게임즈가 적혀 있다. 


릴리스게임즈는 <도탑전기>에 특정한 조건에서만 발동하는 비밀 코드를 심어뒀고 <히어로즈차지>가 이를 그대로 베껴갔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공증을 받아 자료로 제출됐으며, 릴리스게임즈는 소송 동안 유쿨이 <히어로즈차지> 북미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 한국의 가처분신청과 상당함)'을 신청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9월, 릴리스게임즈의 예비적 금지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릴리스게임즈는 유쿨이 <도탑전기>의 루아 소스를 무단 도용했기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논란 후 <히어로즈차지>가 C# 언어를 사용해 게임 소스를 새로 작성했으므로, 신청 시점에 릴리스게임즈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히어로즈차지> 때문에 북미 진출 시도가 실패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릴리스게임즈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이미 <도탑전기>는 북미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수익을 거두고 있고, 양 사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과도 거리가 멀다" 라면서 예비적 금지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릴리스게임즈의 소스 코드 저작권 주장은 성립한다고 보았다. 릴리스게임즈는 <히어로즈차지>가 루아 언어를 사용하기 전의 클라이언트를 입수해 <도탑전기>와 비교하여 유사성을 입증했다. 유쿨은 소스 코드 저작권은 기술적인 영역이므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같은 결과물을 출력한다 해도 프로그래머에 따라 다른 코드가 나오기 때문에 게임 소스 코드도 아트, 음악처럼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이라고 보았다.

# 세계관을 베꼈다? 블리자드와 밸브 VS 릴리스게임즈와 유쿨


릴리스게임즈가 유쿨을 고소한 2015년 3월. 소식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블리자드와 밸브는 릴리즈게임즈와 유쿨을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다. 블리자드는 릴리즈게임즈의 <도탑전기>, 유쿨의 <히어로즈차지>가 블리자드의 프랜차이즈 게임을 포함해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인 <디펜스 오브 디 에이션트(이하 'DoTA')>의 캐릭터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DoTA>의 계승작인 <DoTA 2>를 서비스하는 밸브 역시 블리자드에 가세해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2015년 12월, 블리자드와 밸브는 <도탑전기>와 <히어로즈차지>의 캐릭터 수십 명이 블리자드의 프랜차이즈 게임 다수와 <DoTA 2>의 캐릭터를 3D에서 2D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캐릭터가 문제인지, 어떤 점에서 해당 캐릭터가 고유한 특성을 가진 창작물인지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릴리스게임즈와 유쿨 역시 원고들이 '전면적인 세계관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구체적이지 못하므로 소송이 무효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 오픈 소스, MOD로 상용 게임을 만들었다? 밸브 VS 유쿨


2017년 5월, 유쿨이 밸브에게 추가로 약식 재판을 걸면서 저작권 싸움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밸브에게 "<DoTA>와 그 후속 MOD의 저작권을 보유하지 않았으므로, 블리자드와의 저작권 소송에서 퇴장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DoTA>는 블리자드의 게임 <워크래프트 3>를 기반으로 제작된 유즈맵이다. 게임 내 맵 에디터 기능을 이용해 Eul이라는 유저가 만든 일종의 MOD인 셈. <DoTA>는 현재 MOBA 장르의 기틀이 됐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정교한 시스템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Eul은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커뮤니티 포럼에 <DoTA>를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후 'Icefrog' 등 유저가 합세해 <DoTA 올스타즈>를 개발했고, 밸브는 Icefrog를 개발자로 고용해 <DoTA 2>를 개발했다. 유쿨은 Eul이 포럼에 남긴 글을 바탕으로 "<DoTA>가 오픈 소스고, <DoTA 올스타즈>는 공동 창작 MOD이므로 상표권을 실제로 소유해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쿨의 주장을 기각했다. 사건을 담당한 브라이어 판사는 "공동 창작물이라서 지적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다면 수많은 사람이 공동 창작하는 영화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과거 블리자드와 합의로 <DoTA> 상표권을 소유한 밸브가 유쿨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브라이어 판사는 릴리스게임즈의 <도탑전기>와 유쿨의 <히어로즈차지>가 밸브의 상표권을 위반하는지 여부는 결론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Eul의 권리 포기가 릴리스게임즈, 유쿨처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회사에게도 적용되는지, 또는 비상업적, 비공식적 MOD 제작에만 허용되는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이후 배심원 판단으로 결론지어질 예정이다.

# 부정경쟁에 대한 엇갈린 판결, 킹닷컴 VS 아보카도


2017년 1월, 국내 게임계를 뒤집은 판결이 발표됐다. 서울고등법원이 킹닷컴 리미티드(이하 킹닷컴)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이하 아보카도)의 부정경쟁 분쟁에서 아보카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렇다. 2014년, 킹닷컴은 아보카도의 <포레스트 매니아>가 자사의 <팜히어로즈사가>를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킹닷컴은 <팜히어로즈사가>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맵 및 노드 ▲​특정 보드 레이아웃 ▲​특수 타일 및 특수 효과 등 <팜히어로즈사가>가 갖고 있는 게임 내 독특한 표현 요소를 <포레스트 매니아>가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보카도 측은 두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이 다르고, 킹닷컴이 지적한 유사성은 아이디어에 해당돼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없고, 두 게임의 유사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표준'이라고 맞섰다.​ 


2015년 진행된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킹닷컴의 손을 들어줬다. 게임 규칙이나 맵의 배치 등을 도용했다는 저작권 침해 청구는 기각했지만, 유사한 게임이 주는 경험을 거의 동일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정경쟁'이 될 소지가 다분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인용된 법안은 다음과 같다. 


[제2조 제1호 차목]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그러나 2017년 진행된 2심에서 법안은 1심을 뒤집고 아보카도의 손을 들어줬다. 저작권 침해 주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표현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는 1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부정경쟁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게임 시장의 특성상,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가 유행 장르를 취하면서 같은 게임 규칙을 사용한다면 인기에 편승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아보카도 측이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비용과 노력을 들여 <포레스트 매니아>를 개발했고, <팜히어로즈사가>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창작적 요소를 제공했기 때문에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중심이 되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해석에 불분명한 점이 많은 규정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심에서 해석이 정반대로 뒤집힌 만큼, 양 사 모두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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