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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이유

조회수 2017. 6. 24. 15: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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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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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은 왜 안 얼어요?” 

출처: 박준범
얼음이 떠있는 동해

이런 질문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해보셨거나요. 엄밀히 말하면 바닷물이 아예 얼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극지방의 ‘해빙’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죠. 대신 우리가 사는 한반도를 비롯해 대부분 해역에서 바다는 잘 얼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강이나 호수는 얼어붙는데 바다는 왜 그럴까요. 

소금 때문 아닌가?
출처: giphy.com
출처: <포토리아>
소금 때문인가?

대부분 염분을 이유로 꼽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염분이 바닷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설명하는 지인을 만나는 건 힘든 일입니다. 


도대체 소금이 바다에서 ‘무슨 짓’을 하기에 바다가 잘 얼지 않는 것인지. 지금부터 파헤칩니다.


비밀은 ‘불순물’
출처: <포토리아>
캬.. 이쁘다.. 인어가 사는 곳인가?

바닷물이 잘 얼지 않는 건 불순물 때문에 바닷물의 ‘어는점 내림’ 현상이 나타나서 그렇습니다. <두산백과>의 정의를 참고하면 어는점 내림이란 “비휘발성 용질이 녹아 있는 용액의 어는점이 순수한 용매의 어는점보다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거칠게 정리하면 액체에 잘 안 녹는 뭔가가 많이 들어 있어서 그런 게 없는 액체보다 잘 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용질은 녹아서 섞이는 물질, 용매는 용질이 녹아드는 액체 혹은 기체죠. 그리고 용액은 용매에 용질이 녹아있는 것을 말합니다.


출처: <My Chemical Journey>
물의 냉각 곡선

어는점은 물질이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기 시작하는 온도를 말하죠. 빙점(氷點)입니다. 순수한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는 온도이자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온도는 0℃ 입니다. 하지만 바닷물은 염분을 포함해 불순물이 많이 섞여있습니다. 위에서 거칠 게 정리한 ‘잘 안 녹는 뭔가’가 이 불순물을 가리킵니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의 자료를 보면 바닷물에 녹아 있는 성분은 염화나트륨이 약 78%, 나머지는 염화마그네슘을 비롯한 여러 물질이라고 합니다. 평균적인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3.5% 입니다. 이와 같은 염분과 기타 불순물 때문에 바닷물의 어는 온도는 0℃ 보다 낮은 약 -1.91℃라고 합니다.

출처: <NYU edu>
물과 얼음의 분자구조

어는점 내림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분자가 모여 결정을 이루는 과정을 ‘불순물’이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물이 어는 현상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물분자와 물분자가 연결되어 육각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물분자들이 제자리에 멈춰 분자들끼리 대형(隊形)을 맞추는 원리죠. 

물이 어는 과정을 학교에서 운동장에 집합 하는 일과 비교해볼까요. 염분은 우리 반에 끼어든 다른 학교 친구입니다. 학생들이 운동장 여기 저기에서 마구 뒤엉켜 놀고 있다면 그 안에 누가 섞여 있든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오와 열을 맞춰 줄을 서야 한다면 우리 학교의 집합 규칙 등을 잘 모르는 다른 학교 친구가 방해 될 수 있겠죠.


소금이 그 타 학교 친구입니다. 물에 녹아 나트륨(Na+)과 염소(Cl-) 이온으로 나뉘어 더욱 강하게 물이 어는것을 방해합니다. 용액의 농도가 같을 경우 포도당이나 설탕이 녹은 용액보다 소금이나 염화칼슘이 녹은 용액의 어는점이 더 낮다고 합니다. 

출처: giphy.com
엔트로피까지?!
출처: <The Independent>
엔트로피 증가하면

조금 더 알고 싶은 분들 위해 한 걸음 더 들어가볼까요.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서영진 · 채희권 교수가 2008년에 저술한 <일반화학 교재에 나타난 엔트로피 정의와 설명의 고찰>에서는 “용액의 끓는점 오름과 어는점 내림의 근본적 원인은 순수한 용매와 용액 중 용매의 엔트로피 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엔트로피 개념을 적용하면 물이 어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무질서한 액체에서 질서정연한 얼음으로 상태로 변화하는 걸 의미합니다. 소금물은 순수한 물보다 무질서한 정도가 더 크기 때문에 더 낮은 온도가 되어야 얼 수 있다는 풀이입니다.


‘사해’는 얼마나 추워야 얼까?
출처: <권순분 '용액의 %농도에 따른 어는점의 변화'>
여러 용액의 농도별 어는점 실험

같은 원리로 염분 농도가 진하면 진할 수록 물의 어는점은 낮아집니다. 짠물의 대표격인 사해(Dead Sea)를 볼까요. 이스라엘기상국의 자료를 보면 2011년 34.1%의 염분 농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바닷물의 염분이 3.5% 정도니까 사해에 ‘몸에 상처가 있는 채로 들어갔다가 알보칠을 바른 줄 알았다’는 후기가 이해됩니다.


출처: <Redbull 공식 홈페이지>
둥둥~ 사해에서 책읽는 사람

이 지역의 겨울 평균 기온은 20~23℃ 정도. 사해가 어는 일은 없을 겁니다. -19℃ 이하의 날씨가 계속되어야 사해가 얼어봄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염분 말고도 다른 불순물이 많아서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또 하나의 원인 '난류'
출처: <신화통신>
랴오둥만의 위치와 얼어 붙은 배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바닷물이 절대 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지난 1월 계속된 강추위로 중국 북부 랴오둥(遼東) 반도 서쪽 랴오둥만의 바닷물이 얼었습니다. 중국국가해양국북해예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랴오둥만 일대의 결빙은 16일부터 21일까지 엿새 이상 계속 되었으며, 그 넓이는 5천570㎢로 서울 면적(605.21㎢)의 약 9.2배에 해당했다고 합니다. 

북위 45도 보다 높은 바다는 추운 겨울에 어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은 북위 43도인데 여기 항구는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얼어있습니다. 2015년 2월 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 대학원생 박준범(26세) 씨는 “당시 기온이 영하 17도에서 20도 사이였는데 바다가 꽁꽁 얼어 있었다”며 “부동항이라고 알려진 것과 다르게 겨울에 쇄빙선이 없으면 배들이 항구를 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구글 맵스>
함메르페스트의 위치

그런데 노르웨이의 최북단 항구 함메르페스트(북위 70도)나 러시아의 무르만스크(북위 69도)항구는 더 높은 위도에 있어도 겨울에도 얼지 않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는 북대서양 난류가 흐르고 있어 같은 위도의 다른 바다보다 따뜻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난류 흐른다
출처: <기상청>
우리나라 주변 해류, 2002년

우리나라 주변에도 난류가 흐르고 있는데요. 대한해협으로 들어와 한반도 남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동한난류(東韓暖流, East Korea Warm Current)입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설명에 따르면 동한난류는 동해를 따라 흘러 북위 36~ 38° 사이에서 북한한류와 만나 남동쪽의 외해로 방향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 난류의 영향으로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방의 겨울이 서해안 보다 따뜻하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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