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국을 찾은 옌스 보이트, 팬들과의 만남

조회수 2017. 5. 10. 14: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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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 up legs!”

 상당히 격한 표현이지만, 자전거를 즐기는 많은 이들이 ‘다리야 닥치고 말을 들어!’ 라는 이 말을 좋아한다. 자전거를 타면서 때로는 센 바람과 마주하거나,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고통을 참고 억지로 다리를 움직이며 자전거를 타보았다면 그야말로 ‘격한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말이다.

작년 한국을 찾았던 전직 프로사이클리스트 옌스 보이트(Jens Voigt)가 트렉바이시클코리아의 초대로 다시 한 번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혹시 옌스 보이트가 누구냐고 궁금해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눈치 빠른 분이라면 그가 바로 저 ‘Shut up legs!’라는 말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차렸으리라 믿는다.

사실, 옌스 보이트는 우리나라에서 별로 유명한 자전거 선수가 아니었다. 아마 저 ‘Shut up legs!’라는 말이 인기를 얻지 않았다면 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옌스 보이트는 월드챔피언도 아니고, 투르 드 프랑스 같은 그랜드 투어 우승자도 아닌데 전 세계의 많은 사이클링 팬이 그를 좋아하고 또 기억한다. 어째서일까? 

옌스 보이트는 평지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가 아니다. 언덕에서 가장 빠른 클라이머도 아니다. 대신 사람들은 그를 ‘브레이크어웨이(Break away)’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렀다. 세찬 역풍이 불 때나 가파른 언덕이 계속 이어질 때처럼, 누구도 앞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고통스러운 순간에 그는 공격을 시도하는 선수였다. 물론 공격을 시도하는 옌스 보이트 자신이 가장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그는 자신의 다리를 채찍질하며 고통을 참고 견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를 차지하곤 했다.

“다리야 닥쳐! 제발 닥치고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

 인터뷰에서 실제로 그가 했던 말이다. ‘Shut up legs!’라는 그의 말은 그저 멋진 유행어가 아니다. 옌스 보이트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자신의 자전거가 망가져 낙오되자 어린이용 자전거를 빌려 타고 20km를 달려 레이스 전선에 합류한 적도 있다.

가장 빠른 선수는 아니었을지언정, 누구보다도 강한 투지를 가진 선수. 수없이 많은 사고에 휘말리고, 도핑에 반대했으며, 고통과 싸우며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레이서의 삶을 살았다. 옌스 보이트가 어떤 선수인지 알고 나면 누구나 그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트렉의 선물, 옌스 보이트 팬미팅

옌스 보이트는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에서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와 트렉의 인연이 끊어진 것은 아니다. 옌스는 선수가 아닌 스텝으로서 트렉 팩토리 레이싱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실 옌스 보이트는 팀에 합류해 선수들을 지원하고, 향후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은퇴 직후부터 너무나 많은 팬이 그를 만나고, 그와 함께 라이딩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트렉이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전 세계의 팬과 소통하는 것 또한 그의 일이라고 한다.

옌스 보이트는 작년 트렉바이시클코리아가 주최했던 라이드페스트 이벤트에 직접 참가해 우리나라의 사이클리스트들과 만났다. 그러나 짧은 방한기간과 제한된 참가인원 때문에 그를 만나지 못해 아쉬워했던 이들이 많았고, 트렉은 올해 다시 한 번 옌스 보이트를 초청해 우리나라 팬과 만남의 자리를 준비했다.

옌스 보이트의 바쁜 일정은 부산에서 시작되었다. 전국 각지의 트렉 콘셉트스토어를 방문해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방한 일정 첫날인 4월 20일은 볼트 부산 트렉 콘셉트스토어를 방문해 작년에 만나지 못했던 부산의 팬들과 미팅 시간을 가졌다.

옌스 보이트와 팬들의 미팅은 딱딱한 자리가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그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부탁할 수도 있다.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스타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는 우연히 만난 자전거 타는 삼촌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팬들과의 소통을 즐겼다.

다음 날인 21일은 서울과 수도권의 트렉 콘셉트스토어인 루트바이시클과 페스트코, 슈팅바이시클, 핑키벨로, DKCA를 방문하는 바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이 아닌 평일의 팬 미팅에 아쉬움을 느낀 이들이 많았으리라. 하지만 애써 시간을 마련해 방문한 그의 팬들은 보다 가까이서 옌스를 만나고 직접 이야기하며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또 각 트렉 콘셉트스토어는 옌스 보이트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팬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벤트를 준비하는 각 콘셉트스토어의 담당자가 옌스 보이트를 만난다는 사실에 더욱 흥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옌스 보이트를 만났다는 기쁨과 함께 트렉 콘셉트스토어가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에 당첨된 팬들은 기쁨을 두 배로 누렸다. 물론 이벤트에 당첨된 팬들에게는 트렉 자전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인 본트래거의 다양한 사이클링 용품이 선물로 증정되었다.

하지만 선물 당첨보다도 팬들이 더 기대했던 것은 역시 ‘Shut up legs!’라는 슬로건과 그의 사인을 자전거에 직접 받는 것 아니었을까? 물론 옌스 보이트의 사인이 마법 같은 실력을 전해주는 부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슬로건을 보며 달리는 이들은 분명 옌스처럼 고통을 참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옌스 보이트, 팬들과 자전거 실력대결

그리고 올해의 옌스 보이트 팬 미팅에는 새로운 이벤트가 하나 준비되었다. 옌스 보이트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대결’을 벌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 실제 라이딩 코스는 아니지만, 온라인으로 자전거 트레이닝과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즈위프트’를 통해 옌스보이트는 팬들과 실력을 겨뤄볼 수 있었다.

옌스 보이트는 즈위프트의 홍보대사이기도 하며, 즈위프트는 온라인 공간에서 트렉의 최신 에어로 로드바이크 마돈과 트렉-세가프레도 팀의 유니폼을 제공한다. 과연 동호인 사이클리스트와 전 프로사이클리스트의 실력은 어느 쪽이 더 뛰어날까?

옌스 보이트와 동호인 사이클리스트의 대결은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참가할 수 있다. 국내의 동호인뿐 아니라 해외의 동호인 사이클리스트들도 이벤트를 보고 방문, 하나 둘 참가자가 늘기 시작했다.

과연 전 프로사이클리스트의 실력은? 옌스 보이트에게 도전해서 이기기 위한 도전자들, 심지어 다른 트렉 콘셉트스토어에서 외국인 용병(?)과 트렉이 후원하는 철인삼종경기 선수까지 출전, 옌스 보이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시끌벅적한 파티 분위기, 하지만 참가자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페달링에는 속도가 붙는다. 다들 호흡이 거칠어지고 페달링의 리듬도 제각각 달라지는 가운데, 옌스 보이트의 페달링은 혼자 일정하다. 케이던스 88에서 90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화면 구석에 표시되는 파워의 수치는 시시각각 변한다. 과연 전직 프로 선수답게 여유가 넘친다.

옌스 보이트는 힘들지 않았을까? 그의 얼굴에서도 땀이 뚝뚝 떨어지고, 점차 상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여유가 있다고. 이벤트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며 맥주를 한 잔 갖다달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여유가 있다는 말에 과장이 없어 보인다. 선수 은퇴 이후의 인터뷰에서 자전거 타기를 몇 달 쉴 것처럼 말했는데, 실제로는 꾸준히 타서 실력이 여전하다고 한다.


결국 마지막 순간 옌스 보이트를 앞서나가는 온라인 참가자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도 옌스를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라이딩을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되었으리라.

밤이 깊어가고, 옌스 보이트와 함께하는 시간도 어느새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옌스 보이트는 마지막까지 팬들을 위한 사인과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하지만 옌스의 한국 일정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트렉바이시클코리아가 준비한 메인이벤트 ‘어라운드 삼척’에서 옌스 보이트와 1,500여 명 팬과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다.

트렉바이시클코리아가 준비한 옌스 보이트와 팬들의 만남, 그는 수많은 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아마 답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리야 닥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거야!”




글: 장낙규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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