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아이를 이해하는 방법

조회수 2017. 7. 23. 2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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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성장 곡선에 정비례한다.

세 아이가 잠든 이 시간 나의 하루에도 평화가 깃든다. 온종일 올망졸망한 세 녀석들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몇 번씩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탈출하기 일쑤다. 여섯 살이 된 큰 녀석과의 ‘싸움’은 오늘도 내가 ‘패배’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싸움이니 패배니 하는 살벌한 단어들이 등장한다고 놀라지 마시라. 마냥 귀엽기만 한 아가였던 녀석이 고집을 세우고 반항이라는 걸 하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기싸움’을 벌인다. 달래다 혼내다를 반복하다 지칠 때쯤 결국 아이의 입에서 이 말을 듣게 된다.

엄마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

휴, 게임 오버다. 나름대로는 종일 애를 썼건만 녀석은 이 한마디로 나를 한방에 훅 보내버렸다. ‘육아 성적표’로 따진다면 오늘도 ‘F 학점’을 받아들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고민이 깊어지는 찰나, 김대현의 『화성에서 온 아빠, 금성에서 온 엄마, 안드로메다 아이』를 읽으며 엉켜버린 내 육아의 실마리를 푸는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소통도 ‘대물림’된다


제목만 봐도 느낌이 오겠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가족 간 소통의 중요성이다. 단순히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소통이야말로 행복한 가정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대현 한국가정문제연구소 소장은 가족소통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어떤 가정이든 어느 정도의 문제는 늘 있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비결은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라며 “그 방법이 바로 소통”(18쪽)이라고 강조한다. 문제없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 아니라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라는 것이다. ‘소문만복래’가 아니라 ‘소통만복래’다.


몇 년 전에 <마더쇼크>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 받은 적이 있다. 초보 엄마 시절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인데, 육아에 관한 나의 관념을 전복시킨 작품이었다. 핵심 내용은 ‘모성은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받았던 양육 방식을 무의식 중에 아이에게 그대로 하고 있는 엄마들. 그녀들은 어렸을 적 받았던 상처를 아이에게도 똑같이 주고 있었다. 뿌리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을 거울 보듯이 닮아가던 그들은 급기야 어렸을 적 상처를 꺼내놓고 대성통곡을 하며 치유하는 과정을 겪고 나서야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화성에서 온 아빠 금성에서 온 엄마 안드로메다 아이』는 모성에 국한된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의 관계 문제로 ‘대물림’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그는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었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였는가는 평생 동안 우리를 따라 다닌다. 가족관계가 어떤 틀이었는가에 따라 이후의 수많은 인간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며 “따라서 가족은 행복의 시작인 동시에 불행의 시작일 가능성도 있다. 집은 둥지가 될 수도 있고 굴레가 될 수도 있다”고(21쪽) 이야기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많이 불안했다. 연이어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계속되는 가정 불화 속에서 하루빨리 집안을 탈출하고 싶었다. 흠뻑 사랑하고 사랑받을 여유가 없다 보니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놓고 이야기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속으로 삭이는 게 습관이 되었고 나중에는 그냥 그게 편했다.


이제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렸다. 불화는 없지만 특별히 소통이 잘 된다는 느낌도 별로 없다. 여전히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투르고 공감의 과정보다는 납득된 결과를 중시하는 무뚝뚝한 어른이다. 이는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의 감정 상태를 헤아리고 기다려주기보다는 행동을 통제하고 결과를 빨리 도출하기 위해 다그치고 잔소리하기 일쑤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릴 적 싫어했던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다.


소통도 불통도 대물림된다. 아이는 부모의 외모, 성격뿐만 아니라 공감과 소통의 능력도 물려받는다.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의 입에서 “엄마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아이와의 소통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 ‘빨간 불’이 대를 이어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녀의 자존감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부모의 생각과 행동이 아이들의 자존감에 있어 높낮이를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 216쪽



부모의 대화법에 문제는 없을까?


저자는 “우리나라 부모치고 말 못하는 부모는 없다”고 꼬집는다. 말은 잘하면서 ‘잘 들어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특별히 고쳐야 할 것이 있는데, 제발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대화라는 것이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는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좋은 말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거라는 생각은 오해다. 좋은 경청이 상대를 변화시킨다.

- 37쪽

콕 찍어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부모 입장에서 ‘가르친다’는 아이 입장에서 ‘강요한다’로 받아들이기 쉽다.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왜?”다. “이건 왜 이렇게 했어?”, “다시는 안 하기로 해놓고 왜 그런 거야?”, “왜 밥을 안 먹고 장난만 치고 있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등등.


아이는 “왜?”라는 질문을 가장 당황스러워했다. 6살 녀석의 행동에 무슨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엄마가 자꾸 이유를 대라고 하니까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려버린다. 저자는 “왜 이렇게 어질러 놓았니?”라고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뭘 만들고 있었니? 진짜 궁금하네”라고 엄마가 자신을 믿고 지지하고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181쪽) 것이다.

폭력적인 대화를 자주 하게 되면 가족들은 무력증과 우울증이 생기고 심지어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평생을 우울하게 살아갈 수 있다. 언어폭력이 무서운 이유는 가해자가 가해자인 줄 모르고, 피해자가 피해자인 줄 모르는 상태에서 장시간 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과 없이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소통부재나 잘못된 언어습관이 부른 재앙이라 할 수 있다.

- 20쪽

가정이라는 편안한 둥지가 속박의 굴레도 될 수 있음이 확실해지는 대목이다. 대화 방법의 문제를 개선할 때 행복한 가정의 발판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사실 “우리 부모가 달라졌어요!”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책 속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부모 스스로 자신을 잘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부모란 존재는 아직 덜 자란 ‘어른 아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도 똑같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굳이 선후 차를 따지자면 부모가 먼저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 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성장 곡선에 정비례한다. 불통이 문제라면 얼른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것도 100% 부모 몫이다. 

아이가 이상행동을 보이면 부모는 ‘어떻게 고칠까?’만 생각한다. 그러나 ‘왜’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름길이다. 아이들의 이상행동은 부모가 한 행동의 반작용이다. 그 대부분이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방어기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쉽게 말해보자. 아이로서는 나름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낸 것인데, 이것이 부모에겐 문제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문제행동, 이상행동의 원인은 부모고, 그 치유책도 부모에게서 시작되어야 한다. 부모가 더 공부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180쪽

원문: 시골아낙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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