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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살펴보는 커피의 진정한 매력

조회수 2017. 5. 29.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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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코와 뇌가 좋아하는 물질이다.

1. 로스팅은 향의 최고봉이다


원두에서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될 때까지 완벽한 맛과 향을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런데 맛 성분에는 특별히 매력적인 것은 없다. 따라서 커피의 독특한 매력은 향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열을 통해 만들어진 고소한 로스팅 향이 커피 기본적인 또는 절대적인 매력이다.


고온에서 로스팅하는 것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 구우면 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 등의 위험성도 같이 증가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무리 고기를 구워 먹지 말고 삶아 먹으라고 해도 고기를 굽는다. 그것은 아마 수만 년 동안에 우리 몸의 DNA에 각인된 원시인 시절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불의 발견과 불을 이용한 요리는 원시인에게 너무나 강력한 생존 수단이었다. 병원성 균은 죽이고 소화율은 거의 절반은 높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는 솥 같은 것은 없었고 유일한 요리법이 바비큐 방식으로 고기를 굽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로스팅 향은 우리의 유전자(DNA)에 각인되기 충분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냄새 중에서 로스팅 중에 많이 발생하는 황함유 물질에 개 코만큼이나 민감하다고 한다. 다른 물질에 대한 후각의 민감도가 개에 비하면 수백 배 둔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것이다.

수렵 채취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그 와중에서 고기를 잡아 로스팅 향을 즐길 기회는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로스팅 향기에 대한 애착은 버릴 수 없었는지 최근까지도 누룽지(숭늉), 참기름의 인기는 대단했다.


참기름은 다른 기름보다 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비쌌기에 예전에는 가짜 참기름이 불량식품의 대명사처럼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한동안 고소한 향에 대한 한풀이를 하듯이 모든 나물과 비빔밥 등에 참기름을 듬뿍 부어서 먹으면서 완벽히 고소한 참기름(로스팅) 향으로 맛의 획일화를 이루기도 했었다. 그리고 호떡, 붕어빵, 군밤, 군고구마, 구운 오징어 등 참으로 다양한 것을 구워서 간식으로 즐겼다. 삼겹살과 커피의 소비가 늘면서 이들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해진 면도 있다.


에스프레소는 마신 후에도 밀도 높은 강렬한 향이 지속되는 묘약이다. 풍성한 바디와 띠를 이룬 헤이즐넛 색깔의 크레마가 있어 눈으로 보고 입에 닿는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가정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때는 커피를 공들여 준비하는 것도 훌륭한 요리의 일부일 것이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커피를 만드는 것 역시 즐거운 순간 말이다. 그런데 커피는 또 하나의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카페인이다.

2. 뇌가 좋아하는 카페인


카페인은 물과 기름에 동시에 잘 녹기에 쉽게 뇌로 전달된다. 뇌로 가면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한다. 카페인의 분자구조가 아데노신과 비슷하여 아데노신 수용체에 대신 결합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데노신처럼 그 수용체의 스위치를 켜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아데노신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스위치를 켠다면 아데노신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인데, 아데노신 대신에 그 자리만 차지하고 스위치를 켜지는 못하므로 아데노신의 작동을 방해하는(경쟁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아데노신은 우리 몸에 흔한 분자다. ATP 분자의 일부이고 DNA, RNA의 일부이기도 하다.


ATP의 사용량이 많으면 아데노신의 양이 증가한다. 일을 많이 해서 피로한 상태라는 신호가 된다. 전뇌(forebrain)와 해마에 이들 물질이 축적되면 피곤하고 느끼고 졸리게 된다. 자면서 ATP가 재생되면 아데노신의 농도가 감소하고 다시 활동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이처럼 아데노신의 농도는 뇌의 활동을 조절하는 신호물질이 된다.

카페인이 있으면 아네노신의 신호작용을 방해하므로 뇌는 피로를 인지하지 못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 활력이 증가한 듯 착각하는 것이다. 또한 기저핵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는 4가지 아데노신 수용체의 형태 중에서 A2A형으로 도파민 시스템에도 작용한다. 쾌감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는 코와 뇌가 좋아하는 물질이다. 원래 쓴맛은 싫어하지만 뇌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가 생각보다 성공하기 힘든 이유가 된다. 술도 입에는 쓰고 담배도 입에는 쓰지만 알코올과 니코틴은 뇌가 좋아하는 물질이다. 뇌는 자신의 마음에 들면 미각 정도는 가볍게 무시한다.


카페인이 잠을 쫓아주고, 피로를 잊게 하고, 두통을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는 이유로 커피를 찾는 소비자는 당분간 줄어들 것 같지 않는다. 카페인이 훨씬 많이 들어간 에너지 음료를 찾기도 하니 말이다. 많이 피로한 세대라 피로를 마스킹하는 카페인 음료가 인기인 것은 많이 씁쓸한 현상이기도 하다.

3. 부익부의 효과


미국의 저명한 커피 회사와 마케팅 회사가 공동으로 커피를 마시는 이유를 심층 조사하자 60%는 맛과 향 때문에, 20%는 피로를 풀어주고 활력을 주는 기능 때문에, 20%는 만남과 대화를 위해서라고 하였다. 그런데 만남과 대화를 위해서 왜 굳이 커피를 마실까?


아마 부익부 현상일 것이다. 식품은 어느 정도 대중적이 되면 여러 사람이 모인 경우에서 튀지 않게 ‘무난함’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호불호가 나뉘는 평균 80점보다 불호가 없는 70점이 훨씬 마음 편한 선택인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먹기도 하지만 먹다 보면 좋아지는 면도 크다. 가벼운 손님 대접용으로 커피를 쓰다 보면 먹는 사람도 익숙해져 없으면 서운해지는 법이다. 더구나 선택할 종류가 많고 세상이 복잡할수록 1등만 기억하는 편중 현상이 심해진다. 복잡함을 단순화로 대응하는 것이다.

익숙해지기만 해도 좋아지는데 구체적으로 열심히 공부까지 했다면 도저히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음악, 예술, 문화는 알면 더 보이고 더 보이면 더 사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커피를 선택해 공부했다면 커피를 더 사랑할 것이고, 그것을 주변에 이야기할 일이 많아질 것이고, 은연중에 따라 하는 사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와인과 커피는 이미 그런 부익부의 궤도에 올라섰고 다류는 아직 아닌 듯하다.


한편 너무 익숙해지면 진부해질 수도 있는데 커피는 이를 극복할 다양성마저 충분하다. 커피라는 것은 생두에 따라, 볶은 정도에 따라, 브랜딩에 따라, 추출법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고 사용하는 부재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며 데코레이션의 즐거움도 추가할 수 있다.


요즘은 칼로리 과잉의 시대이다. 과일주스는 탄산음료만큼 당이 많다. 가볍게 먹으려면 오히려 아메리카노가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칼로리의 다양성마저 있다. 사실 모든 커피는 모두 다른 맛이지만 커피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인식되고 소비된다. 커피의 다양성은 와인의 다양성과 많이 닮아 있다.

4. 카페라는 문화


그리고 카페라는 장소가 필요하고 커피는 덤이라는 생각도 필요할지 모른다. 사람은 식당에 가서 음식만을 평가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느끼는 전체적인 경험에 비용을 지불한다. 영화관에서 영상이라는 내용만 체험하지 않고 영화관이라는 문화를 체험하는 것과 같다. 단지 목적이 영상이라면 집에서 편안하게 TV로 보겠지만 영화관은 영상 그 이상의 체험이기에 불편함과 비용을 감수하고 영화관에 간다.


카페라는 공간에 커피는 영화관의 영상처럼 구성 요소의 하나라는 생각이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커피는 장소에서 만남과 소통과 추억을 만드는 매개체이고, 휴식의 매개체고, 미소를 만들고, 음악에 더 빠져들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은 장소에서의 체험을 풀 세트로 기억하게 설계되어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맡은 냄새에 불현듯 잊었던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던 무엇을 한꺼번에 확 떠오르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장소의 측면에서 커피는 상당히 로컬 사업이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멀리 있는 카페를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생활 반경 안에 위치한 카페를 주로 선택한다. 따라서 카페는 그 지역이 가진 특색을 그대로 녹여내야만 한다. 얼마나 좋은 커피를 사용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좋은 체험과 추억을 제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런 방향에서 개성을 세우면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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