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 찬란하게 빛나는 사랑 그리고 삶의 색

조회수 2018. 6. 21. 10: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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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칼럼니스트 남민영 | 구성 : 공연오락반장)

내 삶을 나타내는 색을 한가지 골라야 한다면 우리는 무슨 색을 고르게 될까.

색채의 마법사라 불리는 화가 샤갈은 이 물음에 삶은 색이 아닌 ‘사랑’이라 답한다.

<샤갈 러브 앤 라이프>에는 그가 말하는 삶과 사랑의 모습들이 총천연색의 색으로 때로는 꿈처럼 때로는 따뜻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올 한해는 유독 갤러리에서 샤갈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 말인 즉슨, 그만큼 한국인들이 샤갈을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공통적으로 샤갈의 전시는 늘 ‘보는 재미’가 있다.
회화, 판화 그리고 태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다양한 방식의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 보는 맛이 있다.

특유의 환상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작품세계와 이를 표현하는 독보적인 색채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군가의 아주 행복한 꿈에 잠시 스며든 것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 따뜻하고 성품 좋은 화가의 삶은 얼마나 긍정으로 가득차 있었을까 지레 짐작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샤갈의 삶은 모두의 삶이 그러하듯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1887년 벨라루스 공화국의 비테프스크에서 유대인의 자녀로 태어난 샤갈은 가난했지만 자신을 포함해 9명의 형제, 자매와 함께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고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거점을 옮긴 것을 시작으로 전 생애에 걸친 샤갈의 유랑이 시작되었다.

러시아에서 독일, 프랑스, 미국, 중동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혁명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를 떠돌며 샤갈은 자신의 삶과 작품 세계를 확장해나갔다.

그 와중에 인생의 위기들도 찾아왔다.
사랑하는 아내 벨라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이 아마 가장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생각하는 사랑은 절망과 슬픔이 아니었다.
사랑의 낭만과 설렘 그리고 애틋함이 그가 표현하는 연인들의 모습에 늘 투영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샤갈의 삶과 사랑을 좀 더 마음 가까이 들여볼수 있다.

한 평생 세상을 유랑하며 살면서 좋은 영감도 많이 받았지만, 늘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외로움과 아내 벨라를 잃은 상실감을 그가 어떻게 긍정의 감각으로 승화해냈는지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시를 구성한 작품에는 샤갈의 친딸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 직접 기부한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는 샤갈의 삶을 마치 7개의 챕터로 나눈 것처럼 샤갈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7개의 포인트로 섹션을 나눴다.


평생을 그리워한 그곳, 비테프스크와 핍박의 역사

먼저 첫 번째 섹션은 ‘초상화’로 그의 삶에 기쁨이 되었던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 예술가들 그리고 스스로를 그린 자화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샤갈은 세계를 떠돌며 늘 유년시절을 보냈던 비테프스크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가난했지만 대가족과 행복했던 추억, 동향이었던 아내 벨라와의 추억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고향이 연상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비테프스크 위에서’다. 그 유명한 김춘수의 시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의 모티프가 된 작품이 바로 이 그림이기 때문이다.

마르크 샤갈 - 비테프스크 위에서 (1915~20)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라는 유명한 시구처럼, 작품은 하얗게 눈이 내린 비테프스크 마을의 전경을 고즈넉하면서도 다소 우울하게 비추고 그 위를 수염을 기른 사내가 보따리를 메고 지나간다.

마치 떠돌이처럼 보이는 사내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늘 그곳을 그리워했던 샤갈의 삶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혹은 유대인이기 때문에 핍박받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과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운명 역시 사내에 투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익히 아는 이 잔혹한 역사는 샤갈을 만나 3월에도 눈이 내리는 흐릿하고 슬픈 동화의 한 장면처럼 보여진다.

이처럼 비테프스크라는 곳은 샤갈의 전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꿈과 사랑과 추억과 그리고 아픔의 공간이다.

두 번째 섹션인 ‘나의 인생’에서도 샤갈의 삶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반추하면서 보면 더 흥미로울 작품이들이 포진해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샤갈이 생전 직접 기술해서 발표한 자서전 <나의 인생>에 포함된 작품들이다.

이 섹션의 작품은 판화인데, 자서전에 포함되었던 작품들 답게 자기 삶의 이야기와 맞닿은 작품들이 많다.

‘대핍박’같은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있듯 유대인들을 배척하고 학살했던 공포의 시대를 표현했다.

불타는 마을과 두려움에 압도당한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그 위에 날개를 단 형상의 존재를 등장시켜 샤갈 특유의 몽환적인 세계를 완성시킨다.

흔히들 샤갈의 세계를 몽환과 꿈의 세계라 하지만 완벽히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서도 보인다.

대상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형상화했을 뿐, 이 모든 일들이 꿈이나 어떤 영감의 계시가 아니라 샤갈이 직접 감내했던 일들이니까 말이다.


사랑이 전부였던 사랑꾼 화가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 벨라

샤갈의 작품이 전해주는 특유의 따뜻함과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섹션 3 ‘연인들’과 섹션 7 ‘벨라의 책’을 눈여겨보자.
먼저 섹션 3은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 영감의 원천은 당연히 그가 사랑했던 아내 벨라다.
벨라는 샤갈과 마찬가지로 비테프스크 출신으로 샤갈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병을 얻어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가 죽자 샤걀은 한동안 붓을 들지 못할 정도로 심한 근심에 빠졌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섹션 3에서는 그런 슬픔보다 사랑의 환희와 낭만이 더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한 ‘연인들’이 이런 감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크게 보면 붉고 흰 꽃다발의 틈새에 마치 요정처럼 숨어든 작은 연인들이 보인다. 이 귀여운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있는데 샤갈 특유의 따뜻한 색채가 어우러지면서 애틋함이 물씬 풍겨나온다.

작업 방식은 다르지만 ‘연인들’과 비슷한 표현을 이어나간 ‘사랑하는 연인들과 꽃’에서도 샤갈이 자신의 연인과 그들의 사랑을 스스로도 얼만큼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좀 더 이 연인들의 다정다감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면 섹션 3의 작품들을 상기하며 마지막 7 섹션인 ‘벨라의 책’을 살펴보자.

벨라가 죽은 뒤에 타인과 사랑을 나누고 또 재혼도 했지만, 유독 샤갈의 삶에서 벨라가 특별했던 이유를 이 파트에서 좀 더 자세히 알 수있다.

벨라는 남달리 아름답기도 했지만 샤갈과 달리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고 매우 박식했다고 전해진다.
일찍이 샤갈의 남다른 예술성을 알아본 것도 그의 연인이자 아내 벨라였다고 한다.

벨라는 책을 쓰는데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그녀를 위해 샤갈은 벨라의 책에 들어갈 삽화 작업을 직접하기도 했다. 이 삽화들이 위치한 곳이 바로 섹션 7이다.

책에 들어가는 삽화인만큼 매우 작고, 그만큼 지나치기 쉽지만 아내 사랑이 남달랐던 샤갈을 떠올리며 보면, 삽화 하나하나가 귀엽고 또 사랑스럽다.


전방위 예술가였던 샤갈의 진짜 매력

이번 전시만 둘러봐도 샤걀이 회화, 판화, 스테인글라스 등 다방면으로 작업을 해온 작가라는 점을 알 수 있지만, 샤갈은 생전 여러 나라의 많은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직접 시를 쓰기도 했고 또 도자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의외의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성서에 들어갈 삽화를 작업하고 스테인글라스를 만들기도 했다는 점일 것이다.

성서에 들어갈 삽화는 샤갈이 직접 작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고 의뢰를 받아 작업하기 시작한 것인데, 단순히 성서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다방면으로 접목시켰다.

마르크 샤갈, 딸 이다의 결혼 때 직접 만들어 혼수로 선물한 백자 세트 69점 가운데 하나, (1951)

샤갈은 어렸을 떄부터 성서와 친숙했고 또 이런 친숙함을 바탕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직접 중동지역을 여행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과 색을 매우 다채롭게 사용하는 그의 작업 패턴은 당연히 맞물렸다.

샤갈의 삽화와 스테인글라스들은 기존의 성화나 스테인글라스처럼 압도적인 느낌보다는 푸근하고 따뜻한 동화적인 성격을 보이면서도 강렬한 색의 대비가 돋보인다.

프랑스 니스에는 샤갈의 이런 성서 작업들만 모아놓은 국립 미술관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의 성서 작업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 중 ‘다윗’은 먹을 활용해 깊이감을 더한 점이 눈에 띄고 인물을 표정과 얼굴에 감도는 보랏빛이 매우 환상적이다.

마르크 샤갈 - 죽은 혼 (1845)

이런 성서 작업들이 모여있는 섹션 4 ‘바이블’을 지나면, 샤갈이 작업한 또다른 삽화 작업들을 만날 수 있는 섹션 5, 6이 나타난다.

섹션 5은 <코>라는 인상적인 단편으로 잘 알려져있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책 <죽은 혼>에 들어간 에칭 작품들이 모여있다.

이 시대 작가들은 주로 삽화를 위해 에칭(쉽게 말해, 동판을 의도적으로 부식시켜 작업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했는데 샤갈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혼>을 위한 작업은 샤갈이 판화의 대가로도 거듭나는 계기를 가져다주게 된다.
이런 판화작업은 <라 퐁텐의 우화>에 들어갈 삽화가 모여있는 섹션 6에서도 이어진다.

<라 퐁텐의 우화>에 들어갈 삽화들은 흑백 판화에 부분적으로 수채작업을 덧힙힌 방식이 독특하다.
전체적인 채색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려 그림에 포인트를 확실히 더해준 것에서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샤갈의 판화를 소유하는 쉬운 방법?!

이번 전시는 다방면으로 샤갈의 삶과 사랑을 돌아볼 수 있는 동시에 여러 체험까지 마련해놓았다.

그 중 판화체험이 눈에 띄는데 이번 전시에서 샤갈의 다양한 판화 작업들을 눈여겨 보았다면 그의 독보적인 색감을 흉내내며 나만의 판화작업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직접 드로잉한 작업물을 머그컵에 프린트 할 수 있는 체험아이들을 위한 특별 도슨트와 체험 프로그램이 겸비된 키즈 아틀리에가 운영되고 있으니 미술관에 들리기 전 테마에 맞게 다양한 관람 동선을 짜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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