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담배 못끊는다면..28살 청년의 역발상 '먹혔다'

조회수 2020. 9. 21. 17: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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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끊는 이를 위한 금연보조제 없을까" 역발상, 흡연자용 캔디 개발

현재는 ‘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 등록 추진중

잡지기자 꿈꾸다 잡지사 차리고, 망하면서 마케팅 중요성 깨달아

 

금연보조제는 많다. 껌이나 패치 등으로 니코틴을 대신 공급해 금연을 돕는 니코틴대체제부터 흡연 충동을 없애는 부프로피온이나 바레니클린 같은 의약품까지 다양하다. 담배를 더 이상 피우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선 모두 같다. 그런데 스타트업 빅애프터가 내놓은 흡연자용 캔디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금연을 돕는 것이 아니라 다만 체내의 담배 유해물질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니코틴, 일산화탄소,다이옥신 같은 물질을 소변을 통해 배출되도록 돕는다는 개념이다.

영화 콘스탄틴에서 악마가 콘스탄틴의 천국행을 저지하기 위해 그의 폐를 깨끗이 청소(?)해주는 장면. /인터넷 화면 캡쳐

영화 콘스탄틴(2005)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퇴마사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 분)이 악마와 싸우다(사실은 줄담배를 피우다) 죽어 천국에 가게 된 순간, 악마는 콘스탄틴의 천국행을 막기 위해 그의 폐를 깨끗이 청소해 소생시킨다. 담배는 피우고 싶은데 건강하고는 싶은 전세계 흡연자들은 “나도 저런 고마운 악마를 만날 수 있다면”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흡연자의 로망을 현실화해보겠다는 발상이 흥미로워 김근호 빅애프터 대표를 만났다. 그는 스물여덟 청년인데다, 비흡연자였다. 


◇“담배 못끊는 사람을 위한 금연보조제는 왜 없을까?”

김근호 빅애프터 대표. /잡컴퍼니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도 흡연자용 제품을 내놓았다.


“본래 광고대행사를 운영했다. 소비자들의 니즈(필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게 나의 일이다. 친한 친구가 군대에서 담배를 배워왔는데, 계속 금연에 실패하더라. 우선 ‘저렇게 못끊는 애를 위한 상품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여러 금연보조제를 사서 먹고 붙여댔다. 주변에서도 그 친구에게 선물을 할 때는 금연보조제를 줬다. 제대로만 만든다면 선물용으로도 잘 팔리겠다 싶었다. ‘금연 못하는 이를 위한 금연 상품’이란 콘셉트를 잡았다.” 


-체내 유해물질 제거 기술은 어떻게 개발했나. 


“처음엔 담배로 인해 나빠진 건강을 회복시켜줄 흡연자용 영양제 같은 것을 구상했다. 당연히 그런 것이 어딨겠나.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어서 2018년 초부터 수도권의 건강기능식품 공장을 거의 다 찾아다녔다. 그러다 한 업체로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 정가진 교수님(2019년 퇴직)이 관련 연구를 했었다는 얘기를 접했다. 관련 특허도 있었지만, 제품화가 된 적이 없었다.”

흡연자를 위한 캔디 '애프터스' /빅애프터 제공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


‘HAT-PLUS’(Herb Anti Toxin - Plus)라는 성분이다. 창질경이잎, 건조감초, 인동꽃봉오리, 민들레, 까마중, 금잔화 등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흡연 후 몸에 쌓인 니코틴은 대사 과정을 거쳐 코티닌이 된다. 이 물질은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데, HAT-PLUS는 이 배출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유해물질 제거를 돕는다. 임상 실험을 통해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을 최대 69% 배출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아들 뻘 되는 청년이 찾아오자 밥이나 한 끼 먹여 돌려 보내려던 정 교수님도 구체적인 제품 출시 계획, 마케팅 전략에 대해 상세히 말씀을 드리자 관심을 가지셨다. 작년 9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는데, 지금까지 매달 200%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 캔디가 담배 유해물질 제거에 어느 정도 효과인가. 


“이 캔디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건강식품’이라 효과에 대해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다만 1회에 2정씩 매일 3~4회씩 드시면 체내 유해물질 제거에 큰 도움이 되실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효능이 약해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소규모 스타트업으로선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하기 위한 임상실험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았다. 우선 건강식품으로 출시했지만, 현재 건강기능식품 등록 절차도 밟고 있다.” 


◇잡지사 운영하다 망하며 마케팅 중요성 눈 떠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원래 패션·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군복무를 할 때 패션잡지를 즐겨 봤는데, 2013년 제대 후 잡지사 취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경력도 없는 나를 뽑아줄 회사가 어디있겠나. 그래도 너무 해보고 싶어서 아예 내가 패션잡지를 창간하기로 했다. 실제 창간까지 해본 경험이 있으면 주요 패션잡지사에서 날 뽑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류창고에서 일해 번 돈에다 대출까지 받아서 2015년 패션 월간지를 창간했지만, 4호를 끝으로 더 만들지 못했다. 운영이 잘 안됐다.”

김근호 대표가 만들었던 월간 패션잡지 아이템매거진 /인터넷 화면 캡쳐

-그 경험을 토대로 잡지사에 취업했나.


“아니다. 광고·마케팅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광고주를 구하기 어려웠고, 역설적으로 광고·마케팅의 중요성을 알게됐다. 잡지는 접고 광고대행사를 차렸다. 주로 소규모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광고를 대행해줬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찾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광고대행사를 하면서 ‘시장이 생각하지 못했던 소비자의 니즈’를 제품화하는 것을 구상하게 됐고, 그 첫 번째가 흡연자용 캔디다.”

김근호 빅애프터 대표. /잡컴퍼니

“남성의 ‘4대 고민’인 음주, 흡연, 탈모, 성(性)과 관련해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유산균 카페인 탈모 샴푸’도 구상중이다. 시중에 카페인 탈모 샴푸는 많다. 카페인이 세포 내 대사를 촉진시켜 모근 영양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원리다. 여기에 유산균을 활용해 카페인을 발효시켜 두피 상태에 최적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글 CCBB 가마돈

잡컴퍼니 JOB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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