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엔 전담부서까지 생겼다, IT관련 직업 결정체

조회수 2020. 9. 23. 15: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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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력과 창의력을 겸비한 빅데이터 전문가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은 흔적을 남긴다. 통화와 문자메시지, 이메일은 물론, 오늘 아침 컴퓨터로 검색한 포털 사이트의 뉴스, 방금 클릭한 유튜브 동영상, 무심코 누른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거대 컴퓨터 데이터망에 자동으로 저장되고 있다.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 집중하는지, 자주 접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방문한 인터넷에서 얼마나 머무는지 등 디지털 환경에서 생겨나는 방대한 양의 정보는 경쟁 사회에서 여러 방면으로 사용된다. 개인 혹은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빅데이터에 있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데이터를 쓸모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빅데이터 분석가(Big Data Analyst)’ 또는 ‘디지털 사이언티스트(Digital Scientist)’다.


빅데이터라는 용어는 7년여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등장했다. 2012년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 그룹이 빅데이터를 세계 10대 기술로 선정하면서 빅데이터 분석가라는 직업이 급부상했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트렌드를 읽어내고 부가가치가 높은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일을 담당한다. 대량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시장경제 상황 등을 예측하기도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컨설팅도 가능하다. 빅데이터 분석가는 기획력과 창의력을 겸비한 IT 관련 직업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최신 유행 흐름과 기획 아이디어가 창의성과 접목된다면 무궁무진한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실시간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 기획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키워드를 뽑아내 실제 구매나 행위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분석하는 일이다. 그다음에는 분석할 데이터 자원을 찾아 프로그램을 짜고,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이를 적정 분야에 접목시켜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프로그램을 짜는 일은 엔지니어가, 통계학적인 부분은 분석가가 담당한다.


국내 빅데이터 분석가들은 주로 대기업 또는 검색 포털사이트 등 IT 업체, 전문 데이터 분석 업체 등에서 일한다. 대기업에서는 이미 빅데이터 전담 부서를 설치한 곳도 많다.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빅데이터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우선 대학에서 통계학이나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등의 전공일수록 유리하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지식과 기술을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학이나 마케팅 분야의 지식과 경험, 인문학적 입장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된다. 현재 기존 직장인들이 단기 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자기계발 차원에서 빅데이터를 공부하는 추세다. 또 대학마다 전문 인력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인터뷰 | 빅데이터 전문가 그룹 데이블 이채현 대표・백승국 이사

국내 네이티브애드 플랫폼 중 가장 큰 규모의 회사를 일궈내다

데이블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플랫폼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다. 2015년 5월 SK플래닛 사내벤처인 ‘레코픽’ 출신 창업가 4명이 독립해 만들었다. 데이블은 데이터(date)와 에이블(able)을 결합한 말로 ‘데이터로 가능한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사명이다. 데이블 창업을 주도한 이채현(33) 대표와 최고전략책임자 백승국(31) 이사를 만났다.


데이블의 맞춤형 콘텐츠 추천 플랫폼 ‘데이블뉴스’, ‘데이블네이티브애드’는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과 피드백에 반응하는 기계 학습을 활용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쉽게 말해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용자의 활동 패턴을 분석해서 좋아할 만한 기사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와 같은 것이다. 데이블 사용자는 매주 2500만 명 정도. 현재 콘텐츠 개인화 추천 엔진은 750개 언론사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고, 커뮤니티나 블로그, 앱 등 1200여 개인 및 업체가 이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우리가 SK플래닛에서 했던 일은 상품 추천 엔진 개발이었어요. 월 12억 건, 1분에 2008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행동을 분석해서 좋아하는 상품을 찾아주었죠. 실시간으로 사용자들의 행동 기록을 분석해서 추천해주는 빅데이터 기반 엔진입니다. 데이블이 현재 하고 있는 뉴스 추천과 비슷합니다.”


이채현 대표는 개발자 출신의 CEO다. 포항공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NASA에서 6개월 인턴을 하며 햅틱스를 연구했다. 햅틱스는 가상공간에서 촉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다. 2010년 네이버에 입사해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개발했고, 2011년부터 SK플래닛에 입사해 사용자 로그를 기반으로 한 추천 플랫폼과 알고리즘 만드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사람들에게 좀 더 유익한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 “밖은 춥지만 한번 해볼 만할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대기업을 나왔다.


“내가 만든 기술로 사람들의 삶이 좀 더 편해지길 바랐습니다. 개발자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성과를 올리면 업계에서 인정은 받지만, 실제로 이 기술이 적용돼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너무 오래 걸렸어요. 연구만 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았죠. 사람들에게 적용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꿈꾸게 됐습니다. 답답한 프로세스 다 치우고 우리가 생각한 방식으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전년 대비 매출 453% 증가

어려서부터 전문 경영인을 꿈꿨다는 백승국 이사 겸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롯데경제연구소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유통산업의 시장 전망을 분석하고, 점포별 매출을 예측하는 등 비즈니스 측면의 분석을 5~6년 했다. SK플래닛에 들어가면서 IT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과 기획 일을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CEO가 될까를 생각했어요. 과거에는 오프라인 마케팅이나 재무 관련 지식과 경험이 필요했다면 미래에는 디지털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이가 회사에서 통찰력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IT분야에서 능력을 키워 전문경영인의 토양을 다지기 위해 창업에 동참했습니다.”


데이블에서 이채현 대표가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라면, 백승국 이사는 플랫폼을 통해 접수된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가지고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일을 한다. 이 둘의 호흡은 데이블 안에서 분석과 비즈니스 측면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데이블을 처음 세우고 수익 모델을 네이티브 광고에서 찾았어요. 솔루션을 만들어 팔면 당장의 이윤은 남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차라리 엔진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 안에서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보자고 했죠. 만약 광고주가 1회 클릭에 100원을 낸다고 하면, 반은 고객사가, 반은 우리가 갖는 방식입니다.”(백승국)

일반적으로 네이티브 광고란 해당 웹사이트나 서비스의 고유한 성격에 맞게 기획·제작된 광고를 말한다. 말하자면 사용자 맞춤형 광고다.


이 방식이 통했는지 데이블은 2017년에 전년 대비 453% 매출이 증가했다. 3분기에만 23억9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4명에서 시작해 현재는 30여 명의 직원을 둘 만큼 몸집도 불어났다.


데이블의 직원 대부분은 20~30대다. 수평적인 구조로 격식을 없애고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끼리는 ‘대표’나 ‘이사’ 같은 호칭보다 이름 끝에 ‘님’을 붙여 부른다. 근무 환경만큼이나 복장도 자유로운데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겼다.


“언론사에 처음 미팅을 하러 갔을 때 회사에서 근무할 때랑 똑같이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갔어요. 우리를 위아래로 훑더군요. 우리 기술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가지는 눈치였어요. 하하. 그래도 서비스를 설명하고 적용 이후의 결과물을 보여주기 시작하니까 그다음부터는 나이나 외모보다 기술을 가지고 평가해주었죠.”


“빅데이터 시장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것”

데이블의 개인화 뉴스 추천 엔진은 특히 로봇저널리즘과 엮이면서 언론사에서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로봇저널리즘이란 컴퓨터 프로그램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키워드를 뽑아내고 비슷한 성향의 사용자를 그룹화해 기사를 추천해줍니다. 기존에는 홈페이지 담당 직원이 수작업으로 추천 기사를 올렸죠. 이는 효율 면에서도 4배가 차이 나요. 데이블의 빅데이터 개인화 추천 엔진을 통해 각각의 사용자별 다른 기사를 추천해 주니, 더 많은 기사가 노출되고 사용자들의 홈페이지 체류 시간이 늘어나게 됐죠. 개인별 맞춤 기사를 보여줌으로써 관심도가 낮았던 기사들도 다시 노출을 시키고 숨겨진 기사들이 재유통되면서 사용자도 언론사도 모두 만족했습니다.”


데이블은 현재 네이티브애드 플랫폼으로는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제 데이블은 국내가 아닌 국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과 대만, 인도네시아와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으로 확장해 간다는 포부다.


“지금은 언론사만 상대하고 있는데, 시야를 좀 더 넓혀 블로그나 커뮤니티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뉴스 유통이 거대 포털사이트에만 종속되어 있는데, 앞으로 언론을 기반으로 한 사이트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뉴스포털을 만들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데이블의 이채현 대표와 백승국 이사는 한목소리로 앞으로 사람이 하는 많은 부분이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화되고 효율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빅데이터가 마케팅 용어로만 사용될 뿐 결과가 많이 나오지 않았어요. 데이터가 많다고만 좋은 게 아니라 그것의 ‘필요’와 ‘의미’를 찾아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 과거에 다루지 못했던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는 데까지 갔다면, 앞으로는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즉 기계 학습을 통해 우리가 모르는 패턴을 찾아서 활용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무수히 쌓이는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의미를 찾아낼지에 따라 빅데이터 시장은 분명 앞으로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입니다.”


글·사진 jobsN 서경리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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