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안에 연애 못하면 '바보' 소리 듣는 알바?

조회수 2020. 9. 23. 15:2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랑은 알바를 타고~ 알바생들이 전하는 알바 중 연애 경험담

이런저런 걱정 속에서도 젊은이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연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0명 중 6명이 “취업 준비 기간 연애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연애에 쏟을 시간이 없어서’(27.8 %), ‘데이트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24.1%) 등이 꼽혔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돈도 벌고 연애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알바 연애’다.


알바천국이 대학생 25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42.1%가 ‘아르바이트가 인연이 돼 이성친구를 사귄 경험이 있다’고 답할 만큼 알바 연애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일하다가 교환하는 눈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돈도 사랑도 듬뿍 받는 사내 연애를 경험한 세 커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빙 #사랑의 작대기 #사랑은_알코올을 타고

K와 나는 친한 친구였다. 진상 손님 이야기, 대학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장난치는 영락없는 동료 사이 말이다. 집 방향이 같았던 우리는 함께 퇴근하는 날이면 ‘치맥’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어김없이 치맥을 하던 우리는 그날 따라  ‘2차’를 가게 됐다. 각자 매장에 호감 있는 동료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야, 어쩐지 니가 걔 볼때 눈에서 하트가 나온다 했어.” 서로를 놀렸지만, ‘서로 도와주자’로 마무리됐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저녁 통화했다. K는 주로 남자가 무슨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를 내게 알려줬고, 나는 복잡한 여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비법을 K에게 전수했다.


K가 전해준 ‘얘깃거리’를 비장의 무기로 쟁여놓고, 짝사랑하는 그에게 “영화 보러가자”고 데이트를 신청했다. 하지만, 비장의 무기를 써보지도 못한 채 ‘시간 없다’고 말하는 그 사람. 나는 짝사랑을 끝냈다. 다음날 K에게서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왔다. “그 영화 내가 보러가주면 니가 팝콘 사줄래?”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사적인 만남은 2주간 매일 이어졌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는 자주 술을 마셨다. 난 술기운을 빌려 혀꼬인 소리로 ‘안보면 보고 싶더라’며 신호탄을 던졌다. 다음날 같이 일하게 된 K는 흑기사를 자청해 힘든 일을 다 해줬다. 서로의 담당 구역이 멀었는데도 말이다. 홀에 서서 주문만 받으란다. 음료리필부터 음식서빙까지 몸쓰는 일은 다 K가 해준 덕분에 근무 기간 중 역대급으로 편하게 일했다. 일이 끝나고 “너 어제 술마셔서 힘들까봐..” 라고 말하며 집까지 데려다 준 K는 그날 밤 고백했다.


알바를 그만 둔 지금까지도 아직도 우리는 잘 만나고 있다. 만나면 아직까지도 잘못된(?) 작대기를 휘둘렀던 서로를 놀리기 바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K야 이제 내 작대기는 너한테만 꽂아둘 테니 단단히 각오해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21세 여성 M)


#영화관 #스케줄은 소중해 #사랑은_영화를 타고

‘이번주에는 언제 일하지…’ 내가 일하는 영화관에서는 알바생들이 매주 화요일 밤 스케줄 신청을 한다. 어김없이 고민에 가득찬 월요일 밤, 카톡이 왔다. 일주일 전에 새로 입사한 동생 S였다.


“죄송한데.. 선배님. 스케줄 어떤 식으로 보내야 해요?” 입사 초반엔 나도 어려웠던 터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나는 월,수,토요일에 나갈거야. 그래서 ‘월, 수요일 미들(낮시간 근무), 토요일 풀(종일 근무)’ 이렇게 보냈어. 요일이랑 시간을 같이 보내면 돼.”


다음주, 스케줄표에서 S를 볼 수 있었다. 내가 근무를 신청한 월,수,토요일 모두 S와 함께였다. 내가 보내준 예시를 그대로 ‘복붙’했단다. 바보처럼 말하는 모습에 귀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한달쯤 우린 월,수,토요일에 같이 일했다. 그런데 갑자기 S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걱정돼 메시지를 보냈다. S는 “가족 행사 때문에 날짜를 바꿨다”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를 남겼다. “오빠, 저 없으니까 심심해서 그러죠?”


담담하게 “심심하니까 일요일 근무 끝나고 심야영화나 한편 보자”고 말했다. 일요일 저녁, 우리가 함께 본 영화는 ‘라라랜드’. 잔여좌석이 20%이상 남아있으면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 알바생의 ‘특권’을 활용했다. 심야영화라 그런지 손님이 우리와 한 커플밖에 없었다. 원래 알바생은 커플좌석 예매가 불가능하지만 텅빈 영화관을 보고는S가 말했다. “오빠 우리 커플좌석 가서 앉을래요?”


손잡이가 없는 커플 좌석 안에서 우리의 손은 2시간 내내 닿아있었다. 영화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얼마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고, 사내연애를 즐겼다. 매주 일요일 손을 잡고 심야영화를 보면서 말이다.


3개월 남짓 사귄 후 S가 퇴사하면서 우리의 연애도 끝이 났다. 둘 다 너무 바빠져 볼 시간이 없었던게 이유였다. 그나저나 라라랜드 결말이 어땠더라. 다시 봐야겠다. (영화관에서 일하는 24세 남성 B)


#놀이공원 #업팅 #사랑은_명찰을 타고

‘입사 3개월 안에 연애 못하면 바보’ 한 놀이공원 알바생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아이스링크장은 고된 업무 탓에 온통 남자들 뿐. 유일하게 ‘여자 알바’를 볼 수 있는 때는 식사시간 밖에 없다. ‘남탕’에서 괴로워하던 동기가 ‘업장 미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업장 미팅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끼리 하는 미팅을 의미한다. 그가 찾아온 상대는 VR(가상현실) 체험장에서 일하는 여자 알바생들.


‘업팅’에서 나는 J를 만났다. 술잔이 오가고, 눈빛도 오갔다.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지상에 있는 VR체험장에서 J가 내려다보면 지하 아이스링크장에서 내가 올려다봤다. 견우와 직녀처럼 한 층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애틋하게(?) ‘썸’을 탔다. 호루라기 3번 부르면 달려오는 J가 귀여워 계속 장난을 치다가 동료들에게 다 들켜버리기도 했다. 입사할 때 2개를 받은 명찰 중 하나를 J에게 건네며 고백했다. 우리는 서로 명찰을 하나씩 교환했다.


하루는 내 명찰을 집에 두고 출근했다. 가지고 있던 것은 J의 명찰 뿐. J에게 달려가 내 명함을 잠깐 돌려달라고 했지만, J는 내 명찰을 집에 두고 다닌단다. 명찰을 달지 않고 일을 할 수는 없어 J의 명찰을 달았다. 지나가던 동기들이 비웃었다 “이름이 되게 여성스러우시네요.” 민망함에 몸서리치던 그때, 관리자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정말 호되게 혼났다.


그 이후로 우리는 여분의 명찰을 서로의 호루라기에 달고 일한다. 누군가 잊고 오면 바로 전달할 수 있게 말이다. 사랑도 과시할 수 있다. 호루라기에 명찰 다는 걸 까먹는 날엔 J가 혼내기도 한다. 그래도 이게 사내연애의 짜릿한 묘미가 아닐까.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25세 남성 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