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안 좋아하는 청년, 유명 떡집에서 24시간 알바 해보니
설 전 24시간 직접 떡집 ‘알바’ 해보니…
알바가 할 수 있는 일, 많지 않아도 결정적
포장한 떡 비닐이 풀릴 땐 ‘멘붕’
바야흐로 설이다. 떡국 한 그릇에 나이도 한살 더 먹는다. 차례상 올리는 떡, 고향을 찾아온 꼬마들이 좋아하는 바람떡, 꿀떡도 있다. 설 전 몰려드는 주문에 전국의 떡집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일손이 달리니 단기 알바를 모집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용돈을 마련하고자 설 전 급히 모집하는 떡집 단기 알바에 도전했다. 맛있다고 소문나 숨 쉴 틈 없이 바쁘다는 한 떡집에서 지난 12일, 13일 양일간 총 24시간을 일했다.
떡을 좋아하지 않는 떡집 알바는 당황했다
13일 오전 7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전북 정읍 샘고을 시장의 한 유명 떡집에 ‘출근’했다. 벌써 6명의 직원이 각자 떡을 빚고, 찌고, 포장하고 있었다. 해가 뜬 직후 몰려들 주문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조심스레 인사하며 들어가자 한 직원이 앞치마부터 건넸다. 필자의 임무는 포장이란다. 스티로폼 접시에 담긴 떡을 랩으로 싸는 법을 배웠다. 랩 포장에 능숙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알바 첫 날인 12일 오전, 필자의 손을 거쳐 판매대에 오른 상당수의 떡은 손님이 집자 비닐이 풀려 속살을 노출했다. 이를 본 사장님이 재빠르게 필자가 싼 떡을 거둬들여 운 좋게 위기는 넘겼다. 그날 오후 1시가 돼서야 랩 포장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됐다. ‘자주 떡을 사 먹었으면 좀 더 빨리 배웠으리라.’
당황스러운 상황은 또 있었다. “멥쌀 시루떡은 어디 있나요?” “이 절편 안에는 뭐가 들었죠?” “이 정도 떡 양이면, 떡국 몇 인분이 나올까요?” “이번 차례에는 무슨 떡을 올리면 될까요?” 손님이 찾아와 떡 이름이나 쓰임새, 몇 인분인지 등을 물을 때마다 떡을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머리 속은 하얘졌다. 멥쌀과 찹쌀의 생김새도 모르는데 저 많은 질문을 어떻게 답하랴! 이럴 땐, 옆에서 같이 일하는 ‘이모님’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다. 백 번도 넘게 질문했다.
알바가 할 수 있는 일, 한정적, 피크 타임엔 결정적.
평소 떡집 알바가 하는 일은 어렵진 않다고 했다. 떡 재료 및 떡판 나르기, 떡 랩 포장하기, 근처 상가, 관공서에 떡 상자 배달하기, 손님 응대 및 판매 보조, 가래떡 분리하기 등 쉽게 말해 떡을 찌고, 빼고, 판매하는 작업을 옆에서 보조한다. 명절 때면, 알바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떡 배달은 한 번에 10kg짜리 상자 20개를 가져간다. 차에 싣거나, 차에서 내리는 일 모두 알바의 몫이다. 종류에 따라 3000원에서 1만2000원 사이인 떡은 만들어지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손님들은 떡을 사기 위해 시장에 왔다는 듯이 줄을 서고, 판매대 위의 떡은 쉴 새 없이 들고 난다. 단기 알바의 빠르고 섬세한 ‘떡 싸기’ 실력이 판매 흐름을 좌우한다.
가래떡은 언제나 잘 팔리지만, 특히 명절 전에는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다. 활용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 가래떡은 한 판에 30줄이 들어간다. 전날 뽑은 가래떡을 식히고 말린 뒤 가래떡을 힘으로 하나하나 분리해야 한다. 이 역시 힘 있는 단기 알바의 몫이다. 13일 오후, 두 시간에 걸쳐 가래떡 30판 정도를 쪼갰다. 조그맣게 “힘들다”고 한마디 했더니, 옆에 있던 이모가 한마디 한다. “엄살 부리지 마세요. 많을 땐 이 두배의 두배도 더 돼.”
밥도 7명의 직원이 돌아가며 먹는다. 밥그릇을 비우기가 무섭게 손님 응대, 떡 포장 등 자신의 자리로 즉시 돌아간다. 필자도 이틀간 오전 7시부터 해진 뒤 저녁 7시까지 12시간 동안,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쉬지 못했다. 밀어닥치는 주문과 물량으로 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 그만큼 알바 역할이 중요했다.
떡 반, 사람 반, ‘멀티 플레이’하다 보면 시간은 순식간.
이틀 동안 24시간을 일하며 거의 1000접시를 쌌다. 엄청난 떡의 양만큼이나 이를 사러 오는 사람도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도 손님이 많으니 특이한 손님도 더러 있었다. “어제 사간 쑥 인절미에 쑥이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바꿔 달라는 사람, “왜 떡값이 6000원이나 하느냐”며 끝까지 깎아 달라는 사람 등…. 알바생은 그저 웃으며 손님을 설득할 뿐, 다른 방법은 없다.
손님 맞으랴, 가래떡 뜯으랴, 시간 맞춰 차로 떡 상자 배송하랴, 각종 무거운 상자 옮기랴 어느새 머리는 장식에 불과한 상황이 온다. 손과 발이 알아서 움직인다. 이틀째 오후가 되자, 표정조차 짓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시간을 빨리 보내기 위해선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반복하는 게 최고였다.
해 뜨기 전 일을 시작해, 해가 질 때 마치기를 이틀, 떡집 사장님은 “덕분에 무사히 설 대목을 치를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알바를 하며 명절 문화의 힘과 우리 민족이 얼마나 떡과 가까운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누군가 떡집 알바에 도전한다면 당부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꼭 접시에 랩 제대로 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