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중소기업' 모시는 친구, 스포츠머리인 이유

조회수 2020. 9. 23.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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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윤정 매니저 신경진 팀장
가수 장윤정 매니저 신경진 팀장
데뷔곡 ‘어머나’ 당시 백댄서 인연
“제2의 장윤정 찾는 프로젝트한다”

‘트로트의 여왕’ 장윤정은 연휴, 명절에 더 바빴다. 데뷔 직후 타이틀곡 ‘어머나’로 대히트 친 이후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니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목이었다. ‘행사의 여왕’,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 별명인 그녀다. 그녀의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 ‘장윤정 팀’은 명절에 바빴다.


이번 설 연휴에도 장윤정은 여러 TV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하지만 ‘장윤정 팀’은 설 연휴에 쉰다. 장씨가 5년 전 “평소에도 일이 많으니 설날만큼은 쉬자”고 결정했기 때문. 말하자면 연휴엔 미리 녹화해 놓은 장윤정 모습이 방송을 탄다. 덕분에 장씨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매니저 신경진(39) 팀장도 휴일을 만끽한다.


jobsN은 설을 앞둔 지난 8일 여의도 KBS에서 신 팀장을 만났다.

출처: jobsN
대기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경진 매니저

서른 살 백댄서, 초짜 매니저로 새 시작


신씨는 본래 방송 댄서 출신이다.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서 열일곱 살부터 춤을 췄다. “대한민국에서 춤으로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이후 상경해 2005년 ‘디폴트’라는 방송댄스팀에서 활약했다. 장윤정과는 전속 백업댄서로 무대에 함께 서면서 친구가 됐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현실적인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20대에는 춤 자체가 좋았어요. 앞날을 고민할 틈이 없었죠. ‘일단 10년 춤을 추자’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수입도 걱정이었어요.”


그때 장윤정이 손을 내밀었다. 서른살을 앞둔 어느 날, 신씨는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장윤정은 처음엔 묵묵히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달쯤 지나 “내 매니저를 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출처: JTBC '아는형님' 캡처
장윤정씨는 백업댄서였던 신씨에게 매니저직을 제안한 일화를 방송에서 밝히기도 했다.

“행사장 화장실 위치까지 파악…24시간 스케줄ㆍ동선 계산“


그렇게 신씨는 2008년 장윤정 매니저로 전업했다. 처음 일을 할 때는 ‘매니저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장윤정의 식사는 물론이고, 행사장 화장실 위치까지 확인을 해야 했다. 컨디션 관리는 기본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하려면 5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그렇다고 비몽사몽하면 큰일 나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운전하느라 컨디션 관리를 해요.” 행사의 여왕을 따라 신씨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전국 행사장을 돌면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안전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면 일단 무대와 주변 시설의 위치부터 살핀다. 폭죽 쏘는 거리가 무대에서 너무 가까운 것은 아닌지, 임시 설치한 계단이 흔들리지는 않는지, 관객이 무대로 뛰어들면 제지할 수 있는지 등을 본다.


무대로 난입하는 팬을 막는 것도 신 팀장의 주요 업무다. 머리카락을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른 것도 이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다짜고짜 무대에 난입할 때가 있어요. 경호팀이 따로 없어 제가 몸으로 막으면 ‘네가 뭔데 장윤정한테 가는 것을 막느냐’고 하세요. 흥분해서 멱살을 잡으시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죠. 그래서 머리카락도 짧게 잘라요.”

출처: jobsN
"여러 일을 겪으면서 화가 나도 참는 일에 도가 텄다"고 말하는 신경진 매니저

행사장을 다니다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백업댄서가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신 팀장이 댄서 옷을 입고 나서기도 한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다.


매니저로 일하면서 성격도 단단해졌다. 늘 시간이 부족해 차를 급하게 몰아야 한다. 운전자들에게서 욕설을 듣는 경우는 다반사다. 초기에는 행사료를 지불하지 않은 업체와 분쟁도 있었다. 지금은 행사 3일 전까지 선입금을 하지 않으면 출연을 아예 취소한다고 한다. 약속을 어긴 업체와도 다시는 거래하지 않는다.


1· 7월 비수기…”5월 5일 어린이날 가장 힘들어”


그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쉰다. 행사가 비교적 적고 날씨가 추운 1월, 한여름 바캉스철인 7월, 하루 이틀 쉰다고 했다. 이번 설 연휴는 섭외 전화와 스케줄 관리는 하지만, 행사가 없어 운전할 일은 없다. 하지만 장씨에게 전화가 오면 바로 뛰어나가야 하는 ‘5분 대기조’라 완전한 휴일은 아닌 셈이다. 가장 힘든 날은 5월 5일 어린이날. 남들에게는 즐거운 휴일이지만, 그에게는 전국 도로가 꽉 막히는 '운전하기 괴로운 날'이다.


연애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애 못한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1월에 소개팅하면 다음 번 만남은 7월에 하는 식이었어요. 어떻게든 시간을 쪼갠다면 만날 수 있지만,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섣불리 시간을 내기 어려워요. 제 가수 먼저 챙기는 게 일이잖아요.” 하지만 요새는 “장가를 가야 하니 휴가를 더 달라”는 말을 장씨에게 자주 한다. 그녀도 물심양면 지원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자친구가 생길 기미는 없다고 한다. 

출처: 본인 제공
10년의 세월을 함께해온 장윤정(오)씨와 신경진 매니저

매니저는 어떤 직업이냐는 질문에 신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직업입니다. 일을 얼마나 빨리, 많이 배우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다루는 일이거든요. 열에 아홉은 감정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그만둡니다. 끝까지 버티면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생기는 곳이죠. 연예 기획사 대표를 하거나 주요 임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많은 ‘감정 펀치’를 맞으면서도 버틴 사람들입니다.”


신 팀장은 5년 내에 ‘차세대 장윤정’을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장윤정 다음으로 트로트 열풍을 일으킬 가수를 발굴해 보려 합니다. 전국 각지를 돌면서 찾아보고 있어요.”

인터뷰를 마칠 즈음 신 팀장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한 통 왔다. 다음 스케줄까지 이동하는 동안 먹을 햄버거를 사다 달라는 장씨의 메시지였다. 인터뷰를 얼른 마치고 신 팀장은 인근 햄버거 가게로 뛰어갔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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