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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다 늘어지고 발에 진물 날 정도로 연습했어요"

조회수 2020. 9. 23. 15: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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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세계 미인대회 우승
한국인 최초 세계 미인대회 우승
미스 유니버스에선 동료가 뽑은 ‘우정상’ 수상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올림픽 성공 위해 뛰겠다”

“코…….”


2017년 12월 1일(현지시각) 폴란드 크리니카 즈두루에서 열린 제9회 미스 수프라내셔널(Miss Supranational) 선발대회 본선. 무대에는 한국 대표 김제니씨와 콜롬비아 대표 마르타 마르티네스만이 남아있었다. 최종 우승자를 발표할 무렵, 시상식 진행자는 ‘코’라는 말만 한 채 뜸을 들였다. 코리아, 콜롬비아 어느 쪽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두 후보는 물론, 관중도 숨죽인 채 진행자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김제니씨 제공
한국인 최초로 국제미인대회 우승한 주인공 김제니

뒤이어 이어진 말은 ‘리아’. 한국인 최초 세계 미인대회 우승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씨 이전에 국제 미인대회 한국인 최고 성적은 1988년 미스 유니버스에서 2위를 차지한 미스코리아 장윤정씨다. 미스 수프라내셔널은 미스 유니버스(Miss Universe), 미스 월드(Miss World)와 함께 세계 3대 미녀대회로 꼽힌다. 2009년 시작된 미스 수프라내셔널은 비록 미스 유니버스나 미스 월드보다 역사는 짧지만, 전 세계 80개국에서 1억명 이상이 대회 생중계를 시청할 정도로 인기있는 미인 대회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제니씨는 대회 이후 학생으로, 올림픽 홍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꿈 이루기 위해 위해 미인대회 도전


인도네시아에서 초·중·고 다니면서,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봤다.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마침 미스 유니버스가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퇴치를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대회에 참가했다. 

출처: 김제니씨 제공
신라 여왕의 전통한복으로 세계 대회에서 신선하단 평가를 받았다

-어떻게 미인대회에 참가했나?

“국제사무학을 전공하면서 국제봉사활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미스유니버스 한국 대회에서 국제대회 대표로 선발돼 2016년 미스유니버스에 나갔어요. UN 국제난민 기구에 관심 있었는데, 홍보대사가 되어 앞장서고 싶었습니다. 우정상을 받았고요, 내친 김에 다른 대회에도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에 미스 수프라내셔널에도 참가했습니다. ”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

“국제 미인대회는 마르기 보다 건강한 몸매를 선호합니다. 원래 마르고 근육이 잘 안붙는 체질입니다. 하루에 세 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 했어요. 안하다 하니까 몸이 찢어질 듯 아팠어요. 자신감있는 워킹도 중요합니다. 평소에 운동화만 신다가 하루 3시간씩 구두 네 켤레가 다 늘어날 때까지 연습했습니다. 발등과 발가락에 진물이 나곤 했어요.”


-돈이 많이 들진 않았나?

“요즘 미인대회는 대회 측에서 드레스 등 거의 모든 지원을 해줘요. 사비로 산 원피스나 신발은 10만원을 안 넘습니다.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링 노하우가 더 중요해요. 어떻게 꾸미고 스타일링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정말 달라집니다.”


-대회때 스타일링이 독특하다. 본인이 했나?

“남들보다 3시간 전에 일어나 화장을 시작했어요. ‘대회 메이크업은 일상 메이크업과 달라요. 날렵한 눈썹 각과 좌우대칭, 음영이 중요합니다. 동양인은 시간이 더 많이 들어요. 비싼 메이크업 강의를 받기 보다 자신의 얼굴을 연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외국인 메이크업을 무턱대고 따라하면 눈만 동동 뜨고 과해 보여요. 유튜브에서 동양인을 위한 대회 메이크업 영상을 보고 직접 연습했습니다. 사진 찍었을 때 어떻게 나오는지도 확인했어요.”


우승 비결은 ‘원칙과 배려’


“당연히 콜롬비아라는 말이 나올 줄 알고 박수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진행자가 코리아를 외친 순간 그 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스치며 눈물이 흘렀다. 그가 우는 모습이 담긴 기사의 댓글엔 ‘우는 모습이 예쁘지 않다’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최종 인터뷰 때 한 말이 화제다.

“최종 인터뷰에서 심사위원이 ‘백만장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라고 물었어요. 사실 예상 질문을 40개 정도 뽑아 놓고, 그에 맞는 답변을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저 질문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진심을 담아 얘기했죠.”

출처: 김제니씨 제공
앞으로 수프라내셔널 대표로 1년동안 활동한다

-다른 후보들보다 당신이 뛰어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차피 각 나라에서 외모로 뽑힌 사람들이잖아요. 수상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을 달고 사는 후보들도 있었고, 메이크업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새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은 본선 후보에 오르지 못했어요. 전 원칙을 지키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마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점이 있다면, 그 부분 아닐까요. ”


-그런 노력 덕분에 미스 유니버스에서 ‘우정상’을 탄 것 아니겠나.

“당연히 미스 유니버스에서도 우승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겠죠. 하지만 우정상을 받고서도 정말 기뻤습니다. 몇 달간 같이 산 동료들이 주는 상이잖아요. 외모도 중요하지만, 제 성격이나 인성을 높이 평가해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악플’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들었다.

“‘눈썹 모양이 이상하다’, ‘볼살이 많다’는 등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미인 대회니까 지적을 하는것이 당연하고, 충고는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유없이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좋아해 달라고 할 수도 없더라고요. 미의 기준이란 주관적입니다.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없으면 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른 장점이 있고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평창올림픽 성공 위해 힘 보탤 것”


김씨는 미스 슈프라내셔널 대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기말고사를 봤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 밤을 새서 공부했단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평창 올림픽 서포터즈로 임명됐고, 그 직후 베트남으로 떠났다. 베트남에 ‘K뷰티’와 함께 평창올림픽을 알리기 위해서다.

출처: 김제니씨 인스타그램 캡처
미스터 슈프라내셔널 우승자 가브리엘 코리아와 함께

-평창올림픽 홍보대사가 됐는데.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바쁘겠지만, 시간이 될 때 마다 평창 올림픽 행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해외에 있는 동안에는 SNS계정을 통해 세계에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알릴 것이고요. 공교롭게도 미스터 슈프라내셔널로 선발된 베네수엘라 대표의 성이 코레아(Correa)입니다. 코리안과 코레아가 하나되어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홍보를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교육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교육봉사 때 아이들의 맑은 눈을 잊을 수 없습니다. 미스 수프라내셔널 대표로 1년간 한국, 동남아 등지에서 교육 봉사를 할 거예요. 대학교에서 국제사무학과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국제기구 구호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장채린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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