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던 연어 무한리필점은 다 어디로 갔을까, 보험영업맨이 말하는 자영업의 비밀?

조회수 2020. 9. 21. 18: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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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지역, 추천 업종이라는 말 믿지 말아야"
무명 저자가 쓴 자영업 관련 책 인기
저자 은행출신 보험영업맨 김영준씨
창업, 신중 또 신중해야

한 무명(無名) 블로거가 쓴 자영업 관련 책 '골목의 전쟁'이 최근 서점가에서 화제다. 골목의 전쟁은 ‘그 많던 연어 무한리필점은 어디로 갔을까’, ‘경리단길에서 추로스가 잘 팔린 까닭’과 같이 자영업 이면에 숨겨진 작동 원리와 성공·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글을 모은 책이다. 지난달 중순 출간 이후, 한 달여 만에 5쇄를 찍었다. 저자는 은행에 다니다 나와서 보험 영업을 하는 김영준(34)씨. 부동산 전문가도 창업 컨설턴트도 아닌 그는 어떻게 이런 책을 쓰게 됐을까. 

은행을 나와 보험영업을 하며 책을 쓰고 있는 김영준씨

은행원→보험사 영업→상권 분석 전문가


김씨는 2010년 기업은행에 들어갔다. 2년 만에 퇴사했다. 적응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지점 창구에 있었고, 반복 업무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답답했다.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는 대학 시절의 꿈이 이뤄질 것 같지 않았다. 결국 가족,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표를 냈다. 재취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저 자신을 과대평가한 거죠. 충분히 제가 원하는 곳에 입사가 가능할 것이라고요. 결과적으로 오판이었습니다.”


더는 백수로 지낼 수 없어서 2014년부터 시작한 일이 보험 영업. “결국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은 영업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은행원도 마찬가지고, 요즘은 전문직도 영업이 필수인 시대니까요.” 보험 영업에서 그만의 경쟁력은 ‘지식’이었다. 국제무역학을 전공한 김씨는 평소 경제와 금융에 관심이 많았다. 어려운 보험 상품의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가입자가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김씨는 대학 시절 재무위험관리사(FRM),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등의 자격증을 준비하며 금융 이론이나 개념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 2007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주택저당증권(MBS),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의 어려운 금융 용어를 자세히 정리해 올렸다. 인터넷 검색과 독서 등을 통해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고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썼다.


“모든 지식이 그것을 이해한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해서 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내 것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 지식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 수가 1년여 만에 3000명까지 늘었다. 자세하고 알기 쉽게 금융 지식을 전달해주는 블로그로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 메인에도 여러 번 소개됐다.

출처: 조선DB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대만 카스텔라 전문점(왼쪽)과 연어 무한리필점(오른쪽)

은행 입사 후 바빠지면서 블로그는 잠시 접어뒀다. 보험 영업을 시작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게시물 주제는 자영업이었다. “영업을 하다 보니 많은 곳을 다녔어요. 밥도 여러 식당에서 먹어봤고요. 얼마 되지 않아서 문을 닫는 가게도, 새롭게 뜨는 가게도 보이더라고요. 왜 그렇게 되는지 궁금했어요.” 틈나는 대로 자료 조사와 분석을 했다. 관련 내용을 일주일에 3~4개 정도씩 블로그에 올렸다. ‘그 많던 연어 무한리필점은 어디로 갔을까, 경리단길에서 추로스가 잘 팔린 까닭,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 가게는 왜 큰길에 있을까, 매력 있는 상권이 매력을 상실하는 과정’과 같은 주제의 글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법한 내용이었다. 어떤 목적을 갖고 올린 글은 아니었다. 스스로 궁금해서 직접 책과 논문, 인터넷을 조사했다.


"2015년 연어 무한리필점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국제 연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가격 급락의 이유는 국제 정세와 관련이 있었어요.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을 강제 병합했습니다. EU국가들은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EU국가들의 식품 수입을 금지했죠. 러시아는 노르웨이 연어의 최대 수입국으로 연어 생산량의 10%를 소비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가격이 폭락했던 것이죠."


2016년 말 출판사 몇 곳에서 먼저 책을 내자는 연락이 왔다. 나름 인기 끌고, 공감 가는 글을 써 온 그였지만, ‘인플루언서(influnecer·영향력 있는 사람)’는 아니었다. 의외였다. “출판사에서 블로그 내용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한 곳과 계약을 하고 3개월 정도 준비해서 책을 냈습니다.” 반응도 예상 밖이었다. 경제·경영 비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인기를 끌었다. 현재 그의 책은 대부분의 대형 서점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톱(top) 10’에 들어가 있다. “취미처럼 쓴 글들로 책이 나오고 인기를 얻는 과정이 꿈만 같습니다. 요즘처럼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에는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인정받고,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보험 영업을 하며 틈나는 대로 글을 써서 경제·경영 분야 책을 낼 계획이다.


“추천 지역, 추천 업종이라는 말 믿지 말아야”


그는 자영업을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수년간의 분석을 통해 어떻게 하면 성공 또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지는 대강 알게 됐다. 그는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100%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잘 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품은 채 창업에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창업도 투자와 같아서 완벽한 분석과 조사 없이 뛰어드는 것은 ‘투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추천 지역, 추천 업종이라는 말을 믿지 마세요. 사업은 본인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때 심사숙고해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누가 추천해준다고 주식 종목 사면 어떤 결과 나오는지 다들 아실 겁니다. 자영업은 꼭 가게를 잘 운영하고 관리할만한 ‘능력’이 있는 분들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분들이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안 좋게 풀린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분야가 아닌데 무리해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는 것이 본인이나 사회에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경쟁으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도 줄어들 수 있고요. 잘못된 판단으로 가게를 냈다가 고통받는 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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