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퇴근·월 400..대기업 '명퇴' 남성이 찾은 정년없는 직업

조회수 2020. 9. 21. 18: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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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25년 취미로 찾은 새 삶
취미로 접한 모형 비행기 조종, 경력만 25년
'하늘 운전면허' 통과해야 지도조종자 자격
"관련 규제 완화해야 드론 산업도 발전할 것"

“체력만 따라준다면 정년 없는 직업이죠”


무인 항공기 교육원 일렉버드 박재홍(60) 원장은 드론 교관이다. 학생들에게 12kg이 넘는 대형 드론 조종술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친다. 무게 12kg이 넘는 드론을 날리려면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초경량 비행 장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손바닥만 한 드론과는 달리 대형 드론은 자격증 없이 날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원장이 드론 교관이 된 것은 2016년 10월. 1년을 갓 넘겼지만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드론 조종 경력은 8년, 모형 비행기와 모형헬기 조종 경력은 25년이나 됐다. 현재 한국모형항공협회 이사, 무선조종 곡예비행기 분과 심판 위원을 맡고 있다. 박 원장은 어떻게 드론의 세계에 입문한 걸까. 

출처: jobsN
박재홍 일렉버드 원장.

취미로 접한 모형 비행기 조종, 경력만 25년


그는 과거 신동아그룹에서 21년 근무했다. "보험 대리점 영업사원들을 관리했죠. 드론보다는 모형 비행기를 먼저 접했습니다. 한 번은 해외 출장을 갔다가 모형 비행기 날리던 사람들을 봤어요. 원래 꿈이 파일럿이었는데 꿩 대신 닭이라고 모형 비행기 조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90년대 초반, 한국에선 접하기 어려운 취미였다. 크기 2m에 가까운 대형 모형 비행기를 파는 곳은 거의 없었다.


“직접 만들어서 날렸어요. 기체를 만드는데 30만원, 부품을 사는데 100만원씩 들었습니다. 한 대 만들려면 보통 2~3달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서 날리면 안 떨어뜨리려고 얼마나 조심조심 날렸는지…” 그동안 깨뜨린 모형 비행기가 10대는 넘는다고 했다. "동호회 회원들끼리 매주 모여 무선 헬기, 모형 비행기를 날렸는데 드론도 그중 하나였죠." 그는 드론이라는 말 대신 무인 멀티콥터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무인 멀티콥터는 모형 비행기나 헬기, 드론처럼 무선으로 조종하는 항공기를 총칭하는 말이다.


-취미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신 겁니까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때 회사가 한화그룹으로 넘어갔거든요. 명퇴라는 말도 어색하게 들릴 때였는데 준비 없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명예퇴직 후 잇따른 사업 실패로 낙담하기도 했다. 한동안 일자리도 찾지 못했다. 그때 위안이 됐던 게 취미였던 모형 비행기 날리기였다. 드론도 이때 처음 알게 됐다. “2000년쯤 드론이 처음 나왔을 때였어요. 동호회 회원들끼리 드론을 직접 만들어서 날려보기도 했죠.”

출처: jobsN
박재홍 원장이 대형 드론을 만져보고 있는 모습(왼쪽), 학생들이게 이론 교육을 하는 모습.

'하늘 운전면허' 통과해야 지도조종자 자격


-모형비행기와 드론 날리기는 차이가 큰가요

“모형 비행기나 모형헬기를 일반 수동 기어로 조작하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드론은 자동변속기가 달린 자동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드론에는 GPS 장치가 부착돼 있는데 높이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날릴 수 있습니다. 훨씬 수월합니다.”


-드론 교관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드론 지도 조종자 자격증을 땄는데 우연히 아는 사람을 통해 일렉버드를 소개받아 '취직'했습니다. 이곳에서 드론 자격증을 따려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할 수 있다더군요.” 모형 비행기 조종 경력 25년, 보험사 영업사원 관리 20년인 베테랑 교관이 수강생을 가르치는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는 오전 7시까지 고양시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해 7시 30분부터 학생들을 가르친다. 오후 1시~1시 30분까지 실기 교육, 오후 2시~4시까지 이론 수업을 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4시다. 교관이 되면 월급 200만~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교관 자격증은 어떻게 딸 수 있습니까

“드론 자격증을 딴 뒤 누적 비행시간 100시간이 되면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교관 과정(3일)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 뒤에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공단에 지도 조종자로 등록이 됩니다. 지도 조종자는 말 그대로 교육생들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실기시험도 있어요. 하늘에서 보는 운전면허시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개 코스가 있는데 드론으로 직진 비행, 360도 원주 비행, 비상착륙 같은 코스를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합니다.”

출처: jobsN, 박재홍원장 제공
박재홍 원장이 직접 드론을 날리는 모습(왼쪽), 일렉버드에서 드론 제작 전 그래픽 작업을 하는 모습.

"드론 산업 발전하려면 관련 규제 완화 필요"


-드론 교관의 장점이 있다면

“정년이 없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죠. 체력만 따라준다면 계속 일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지만 드론이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습니다. 제 나이에도 직업을 구했습니다. 드론 배우러 오시는 분들 보면 고등학생부터 65세 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는 최근 드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농촌과 촬영 현장, 측량 부분이라고 했다. 농촌에선 비료나 농약을 드론으로 살포하기도 한다. 방송국에서 드론 촬영은 이미 보편화됐다. 드론으로 항공 사진을 찍은 뒤 특정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토지 면적을 정확히 잴 수도 있다.


-체력이 중요합니까

“우선 시력이 좋아야 합니다. 드론을 날리면 보통 70~80m를 하늘로 띄우는데 그걸 봐야 해요. 정해진 건 없지만 양쪽 교정시력 1.0 이상은 돼야 합니다. 당뇨가 있거나 수전증이 있는 학생은 배우지 못하게 합니다. 무거운 물체가 하늘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해보세요. 조종자가 손이 떨리거나 갑자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무인 헬리콥터, 드론, 모형비행기 모습(왼쪽부터).

-주의할 점이 있습니까

“자동차 운전할 때 주의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히려 더 엄격할 수도 있죠. 사람이 밀집해 있는 장소에서 날리면 안 됩니다. 야간비행이나 음주비행도 안되고요. 컨디션이 나쁠 때도 조종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하천 주변에선 드론을 날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본만 가도 구(區)마다 모형 비행기를 날릴 수 있는 비행장 시설이 있습니다. 덕분에 취미생활하는 하는 사람도 많고요. 드론이 대표적인 4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이런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드론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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