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50만원..여행하면서 일하지만 뒤통수만 보는 직업

조회수 2020. 9. 24. 0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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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 A부터 Z까지 관리해주는 사람 누구?..'모두투어' 여행 오퍼레이터를 만나다(2)
여행 A부터 Z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역할
똑같은 정보 4~5번 확인하는 ‘리체킹’ 집중 훈련
호텔 통째로 예약하는 중국 여행사 때문에 곤욕

추석 연휴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선 이번 황금연휴에 사상 최대 인파인 110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갈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행 수요가 많아질수록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외 여행지를 발굴하고 일정을 계획해서 판매하는 여행 오퍼레이터(Operator·이하 OP)들이다.


여행 오퍼레이터는 상품 OP와 영업 OP로 나뉜다. 상품 OP는 항공권이나 숙박 수배 일을 중점적으로 한다.(상품 OP 인터뷰 보러 가기) 영업 OP는 여행사 대리점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전체 일정 관리를 책임진다. (주)모두투어네트워크(이하 모두투어) 영업 OP 김미진 차장을 만나 일반인이 잘 알지 못했던 여행 OP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모두투어에서 영업 OP를 담당하고 있는 김미진 차장

영업 OP, 여행객 출발시키기 위한 중요한 가교 역할


모두투어 서울 OP센터 2팀 파트장 김미진(36)씨는 19년 차 베테랑 영업 OP다. 지금은 차장으로까지 승진해서 후배 영업 OP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행사 대리점을 대상으로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모두투어에서 영업 OP는 없어서는 안 될 직무다. 대리점과의 소통을 모두 영업 OP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OP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직무라고 하던데 무슨 의미인가

“쉽게 말해 상품 OP와 여행사 대리점 사이에서 소통 매개 역할을 한다. 여행사 대리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각 대리점의 문의 사항을 상품 OP들이 다 감당할 수가 없다. 각각의 영업 OP가 대리점을 150개 정도씩 나눠 담당하면서 상품 OP에게 항공권, 숙박, 식사 등에 관한 문의사항을 전달하고 이후 돌아오는 답변도 영업 OP가 대리점에 전달한다.


영업 OP는 하루 종일 내근을 하면서 메신저와 전화기를 붙잡고 일한다. 각 대리점과 영업 OP들이 접속할 수 있는 CRS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걸 통해 예약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한다.”


-영업 OP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꼼꼼함이다. 여행업계에서 여권 정보를 ‘APIS’라고 한다. 여권에 적혀 있는 영문 이름과 생년월일, 여권 만료일, 여권 번호를 통틀어서 말하는 거다. 1차적으로 여권 정보 체크를 영업 OP가 담당한다.


특히 비자가 필요한 국가를 여행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 체크가 더 꼼꼼해야 한다. 가령 호주의 경우 해당 여행객이 타 국가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베트남은 입국 30일 전에 관광 목적으로 이미 방문한 경우가 있으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중국은 체류 기간에 따라서 비자 종류가 달라지고 흔히 ‘탈북자 코드’라고 해서 주민번호 뒷자리가 125나 225로 시작되는 여행자는 중국 여행 지역에 따라 단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각각의 국가별 이슈를 영업 OP가 다 기억하고 꼼꼼히 확인을 해서 비자 발급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한다. 그래서 영업 OP 분야에서는 신입이 들어오면 똑같은 정보를 4~5번 이상 거듭 확인하게 하는 ‘리체킹(Re-checking)’ 훈련을 중점적으로 시킨다.”

출처: 김미진 차장 제공
김미진 차장이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

-가장 난감할 때는 언제인가?


“현지 사정으로 인해서 갑작스럽게 항공권 예약이 취소된다거나 호텔 룸을 이용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출발 일주일 전에 호텔로부터 예약 취소를 통보받는 경우가 있다. 중국 여행객이 한국인들이 잘 가는 호텔을 선호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중국 여행사는 보통 2~3배 이상 웃돈을 주고 호텔 전체를 예약한다. 호텔 입장에서는 위약금을 내고서도 이익인 셈이다. 재작년에도 중국 국경절에 사이판 지역 호텔을 통으로 예약해서 우리 숙박 일정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 이럴 경우 상품 OP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대리점에 전달한다. 대리점으로부터 1차 컴플레인을 듣는다. 대리점이 다시 고객에게 변경사항을 전달하면 2차 컴플레인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대리점 직원이 고객이 말한 컴플레인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여행 업계에서는 고객 1명당 잠재 고객 5명을 잃는다는 말을 한다. 예약 취소 내지 일정 변경 사태를 경험한 고객이 주위 사람들에게 ‘모두투어 이용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직원의 실수가 아닌 갑자기 발생한 외부요인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중간에 끼어있는 역할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영업 OP들이 술을 정말 잘 마신다. 대체로 스트레스를 그 방법으로 푸는 것 같다. 저도 실무를 담당할 때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술자리를 가졌다. 저희 일이 전문용어를 쓰는 경향도 강하고 업무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이걸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더 지칠 때가 많다. 그래서 같은 팀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더라.”


-영업 OP도 출장을 가나


“여행업계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 한해 관광가이드 자격을 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회사는 해당 자격이 되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자격증을 따도록 장려한다. 자격이 주어진 직원들은 ‘인솔자’ 역할로 다양한 국가에 출장을 보낸다. 영업 OP도 상품 OP들처럼 현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여행객을 직접 인솔하는 일을 영업 OP가 담당하는 거다.


상품 OP는 직접 여행지를 둘러보면서 시찰을 하는 거니까 ‘여행 느낌’을 받는 부분도 있겠지만, 영업 OP는 주변 풍경보다 고객 뒤통수만 보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인원수를 계속 체크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출처: jobsN·김미진 차장 제공
김미진 차장은 합리적인 여행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 고객들이 '손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급여는 어느 수준인가


“신입으로 들어오면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야 하고 다른 여행사에서 1년 정도 경력을 쌓고 이직을 한 케이스면 3개월 수습 기간을 갖는다. 그 기간에만 급여가 고정돼 있다. 하지만 수습을 떼고 나면 철저히 성과능률제로 연봉을 책정한다. 기본급에 해당 월에 여행객을 얼마나 모았는지에 따라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영업 OP는 직접 외부에서 세일즈맨들처럼 영업을 뛰는 직무가 아니다. 담당하고 있는 여행사 대리점에서 모객을 해오는 대로 계약이 성사되는 거다. 얼마나 친절히 상담했는지, 꼼꼼하게 관리가 들어갔는지에 따라서 대리점이 다른 홀세일러 여행사에 넘길 모객을 저희에게 주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진다. 영업 OP에게 각각의 대리점을 담당하는 주기는 1년이다. 파트장 같은 관리직 선에서 영업 OP 간에 모객 수 차이가 적도록 균형을 맞춰준다.


보통 2년차 영업 OP는 인센티브 포함해서 월 250만원 수준으로 급여를 받는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는데 고객들이 합리적인 여행 상품을 고르는 팁이 있을까


“OP가 전반적인 여행 일정을 모두 관리해드리지만 실제로 여행을 가는 건 고객 본인이라는 점을 잘 기억하시길 바란다. 대리점에 제공되는 정보나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품 정보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도 있듯이 낮은 가격에만 중점을 두지 마시고, 해당 여행 상품이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고 식사는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실 필요가 있다. 좋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듯, 합리적인 여행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손품’을 적극적으로 파는 걸 추천해드리고 싶다.”


글 jobsN 박가영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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