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아랍어로 랩하는 김 대리의 과거는?

조회수 2020. 9. 18.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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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개그맨 출신의 넘치는 '끼' 로 직장 스트레스 OUT!
한화건설 '인기 스타' 김준래 대리
MBC 개그맨 출신의 남다른 '끼'
개그맨 경험, 일에도 도움

직장 생활 8년차로 중동지역 영업을 담당하는 한화건설 김준래(35) 대리는 사내 ‘분위기 메이커’. 회식이나 행사에서 직장 상사 성대모사를 하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술자리 후 노래방에서는 격렬한 춤사위와 함께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실력파 가수’로 통한다. 무대 체질이다.

출처: 한화건설 제공
사무실에서 업무중인 한화건설 김준래 대리

업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대리는 아버지가 ‘국방무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서 근무한 덕에 학창 시절 약 12년간 현지 국제학교를 다녔다. 영어와 아랍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고, 아랍권 문화를 잘 알고 있다 보니 중동 지역 대형 사업들을 수주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김 대리는 업무능력은 물론 음주가무(飮酒歌舞)에도 능한 사내 ‘스타’”라고 말했다.


김 대리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의 넘치는 에너지와 끼에 놀란다. 일이면 일, 회식이면 회식, 뭐든 피하지 않고 앞장선다. 김 대리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어디서 나올까. 

출처: 한화건설 제공
한화건설 김준래 대리

MBC 공채 개그맨 출신 건설사 대리 

김 대리는 입사 전 한때 개그맨이었다. 대학 4학년 때인 지난 2008년 약 1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MBC 공채 개그맨(17기)에 선발됐다. 김 대리가 개그맨이었다는 얘길 들으면 회사 사람들은 “역시 그랬구나, 어쩐지”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김 대리는 개그맨 시험 당시 2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김수미, 박지성, 한석규 등 유명인 성대모사를 하고, 아랍어 랩을 해서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차 면접 때는 영화 ‘친구’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인 장동건의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를 영어·중국어·일본어·아프리카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바꿔서 연기하는 콩트를 선보였다. 


합격 후 방송국과 대학로로 번갈아 출근하며 방송국에서는 아이디어 회의와 연기 지도를 받고 대학로에서는 개그 공연 관련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했다. 남들처럼 공중파 데뷔를 꿈꿨지만,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김 대리는 “당시 신인 개그맨의 월급은 60만~70만원이었다. 이마저도 출연한 코너가 편집을 당하지 않아야 받을 수 있었다”며 “시험에 붙었을 때만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이란 큰 꿈이 있었지만 미래가 불안했고, 결국 고민 끝에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 적극 나설 만큼 타고난 ‘끼’

중앙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김 대리는 대학에서도 개그동아리 활동을 했다. 학교 축제 등 행사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많았다. 마이크를 잡으면 이상하게 힘이 났다. 말이 술술 나왔고, 말 한마디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김 대리는 2006년 SBS 유재석의 진실게임, 2008년 KBS 설특집 모창가요제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진실게임에서는 이국적인 외모를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 혼혈’인 척하며 출연자들을 속였고, 모창가요제에서는 신승훈·김장훈·신해철·김건모·이승환·김정민·김민종·임재범 성대모사로 신승훈의 ‘I Believe’를 불러 본선에서 9명 중 4등을 했다. 이 때 김대리의 활약을 지켜본 MBC PD가 개그맨 시험을 보라고 권유했다.

출처: SBS방송화면 캡처
지난 2006년 대학 시절, SBS 유재석의 진실게임에 출연했던 김준래 대리

김 대리는 “학창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해주는걸 좋아했다”며 “대학 때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재미있게 지내자는 생각에 방송에 나갔다”고 말했다. 

개그맨에서 건설회사 입사로 진로 변경

김 대리는 개그맨 생활을 일찍 접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한 분야만 노리자’는 계획을 세웠다. 건설사가 목표였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어서 영어·아랍어에 능통하고 현지 문화를 잘 아는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군 시절 친하게 지낸 고참이 건설사에 들어가 업계 소식을 자주 들었던 것도 영향을 줬다.


한화건설을 선택한 이유는 '중동'이었다. 2009년 한화건설이 이라크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있었고, 중동지역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알제리 등으로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결정을 내렸다. 김 대리는 “해외 쪽 직원을 뽑는다면 다른 사람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화건설의 도전적인 기업 문화가 내 성향과 잘 맞을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다.


총 2명 뽑는 ‘해외영업’ 직군에 지원한 김 대리는 75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자기소개서에는 중동 지역 경험, 개그맨 경험과 자이툰 부대 파병활동, 대림산업 인턴과 같은 사회적인 경험을 한화건설과 연계해 구체적으로 썼다.


면접 과정에선 개그맨 '끼'가 나와서 살짝 '오버'하기도 했다. “사장 면접 때 ‘개그맨 했었느냐’는 말을 듣고 벌떡 일어서면서 ‘웃겨드리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사장 대답은 "됐고, 그냥 앉으라"는 것이었다. "민망하기도 했지만 계속 자신감있고 긍정적인 모습,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 부분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김 대리는 “토익은 960점이었고, 학점은 입사 동기들 평균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화건설 제공
한화건설이 건설하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개그맨 경력, 직장 생활에도 큰 도움

김 대리는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고, 개그맨 생활을 짧게라도 경험해 본 것이 직장 생활의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중동 지역 영업을 할 때는 현지 장관 등 고위 관료 면담, 최고경영자(CEO) 의전 등 위축될 일이 많은데 개그맨으로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개그맨 시험은 어지간한 강심장 아니면 힘들다”고 했다. “시험 볼 때 유명 개그맨 선배들이 앞에 다 앉아있어서 겁이 많이 납니다.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경험이을 나중 다른 중요한 자리에서 큰 일을 할 때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원동력으로 쓸 수 있습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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