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 인턴 경험만 살려서 '신의 직장' 취업 성공

조회수 2018. 11. 5. 09:3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나와 제일 잘 어울리는 기업을 찾으세요
수학 전공과 국민연금공단 인턴 경험
금융 공기업·유관 기관으로 목표 설정해 맞춤 준비

이현주(25)씨는 2016년 하반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했다. 11월부터 서울지역본부 ‘현장업무 집중화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업무 집중화 센터는 2017년 처음 생긴 부서로 고객의 민원 서비스를 통합해 처리하는 곳이다. 


이씨는 숙명여대에서 수학과 금융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주요 스펙은 학점 3.73(4.5 만점), 토익 860점, 국민연금공단 4개월 인턴 경력이다. 이씨는 전공을 살릴 수 있으면서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는 ‘금융공기업’을 공략해 취업에 성공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대보험 수납을 담당하는 금융 유관 기업이다.  


건보공단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좋은 직장으로 손 꼽힌다. 2016년 기준 평균임금은 6277만원(경영평가 성과급 미포함), 신입사원 초임은 2857만원이다. 다른 공기업과 비교했을 때 높은 임금은 아니다. 하지만 안정적이다.  국민 건강보험료 수익을 기반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국내 10대그룹 계열사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10년, 중소기업은 4년에 그치는 반면 건보공단의 평균근속연수는 19년 8개월에 달한다.

출처: 이현주씨 제공

진짜 '나'와 자소서 속의 '나'가 달라 고민

이씨는 스터디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했다. 자기소개서에 쓸 거리가 제법 많았다. 스무살 때부터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5년 간 했다. 1, 2학년 때는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 활동 ‘삼성드림클래스’에서 교육 환경이 열악한 중·고등학생을 가르쳤다. 교내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알려주는 동아리도 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쓰고 스터디원들에게 조언을 들을 때마다 “자기소개서 내용과 진짜 네 모습이 다르다”는 소리를 들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나'를  알아야 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 경험만 나열했더군요.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나 봉사를 한 건 사실이지만 남에게 과시하는 것처럼 썼습니다. 내가 왜 이 활동을 했는지, 무엇을 얻고 발전했는지 쓰지 못했어요."

출처: 이현주씨 제공
국민연금공단에서 인턴 시절. 시간이 없어 새벽까지 카페에 남아 자기소개서를 쓰던 이현주씨.

지난해 하반기 채용시즌에는 대외 활동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하나도 적지 않았다. 사소하지만 ‘진짜 나’를 표현하는 경험을 썼다. 


“건보공단 자소서 항목 가운데 ‘의견이 다른 조직 구성원을 설득한 경험’을 묻는 질문이 있었어요. 지원자들은 보통 대학교 이전 이야기는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2때 이야기를 썼습니다. 매년 열리는 문집 대회가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독후감과 시를 이용해 학생들이 책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입시를 앞두고  친구들이 하기 싫어했어요. 재미도 없고 부담만 되기 때문이죠. 저는 당시 반장이었는데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잡지'처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맛집 후기, 좋아하는 선생님 인터뷰, 인기 아이돌 분석 같은 글을 실었어요. 결국 학생들의 동참을 이끌어내 멋진 잡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썼습니다.” 

출처: 이현주씨 제공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인적성 검사

건보공단은 2016년 하반기 채용에서 행정직,요양직에서 276명을 뽑았다. 이씨와 같은 행정직 6급갑 지원자는 120분 동안 528문항을 풀어야 했다. 건보공단의 필기시험에서는 다른 공기업처럼 전공시험을 보진 않는다. NCS기초능력시험만 본다. 의사소통·수리영역·문제해결력 3개 영역 78문항을 한 시간동안 풀어야 한다. 인성검사는 450문항이 나온다.  


의사소통은 수능 때 보던 비문학 문제와 비슷하다. 지문을 읽고 맞는 것이나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다. 수리영역은 단순·응용 계산 문제다. 그래프, 알고리즘을 해석해 푸는 문제도 나온다. 문제해결력 분야는 자료를 해석하는 문제가 많아 시간을 많이 잡아 먹는다. 과거에는 건보공단이 사용하는 급여체계나 휴가체계를 바탕으로 도표를 해석하는 문제가 주로 출제됐다.  


수학과 금융공학을 전공한 덕분에 많은 지원자들이 어려워하는 ‘수리영역’을 비교적 쉽게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해결’ 분야는 도표를 해석한 뒤 계산을 하는 등 문제가 복잡했다. 게다가 건보공단 인적성 검사는 절대적으로 양이 많아 부담이었다. 60분 동안 78문항을 풀려면 1문제에 1분 이상 쓸 수 없었다. 시간 싸움이다.  


“시간을 재면서 많이 풀어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건보공단 필기를 앞두고 모의고사 문제집 3권을 사서 풀었어요. 필기까지 시간이 5일 정도 있었는데 하루에 한권씩 풀어 3일만에 끝냈습니다. 나머지 이틀은 틀린 문제를 다시봤어요. 실전에서는 모르는 문제를 오래 풀 수 없으니 과감하게 넘겨야 해요. 처음 문제를 봤을 때 못 풀면 다시 풀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출처: 이현주씨 제공
국민연금공단 인턴 시절.

면접, 기회는 단 한번 뿐 

다음은 면접. 과거 면접을 준비하면서 스터디원들에게 “답변이 진실성이 없다” “주장이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비슷한 질문이지만 답을 다르게 했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면접 준비를 못했어요. 모의면접 때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면접 상황에서 ‘너는 실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지인 영업은 하지 않겠습니다. 새로 온 고객들에게 영업을 해서 100건 정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어요. 그런데 바로 다음에 ‘이번 달에 200건을 해오라고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아는 지인이 많이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면접관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만 압박질문을 받아도 우왕좌왕 했던 겁니다.” 


가치관, 목표, 취미, 장·단점을 깊게 고민하면서 ‘나에 대한 백문백답’을 문서로 정리했다. 건보공단 면접을 앞두고 예상질문 100개에 대한 예상답변을 만들었다. 답변에서 모순을 발견하면  ‘나에 대한 백문백답’을 보면서 면접관이 아닌 ‘나’를 생각했다.  


건보공단의 면접 경쟁률은 3대1. 통상 사기업에서는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을 거치지만 공기업은 면접이 한번 뿐이다. 건보공단의 경우 면접에서 지원자 5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원자 한명이 쓰는 시간이 5~6분 정도다. 큰 질문 한두 개로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출처: 이현주씨 제공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주씨(가운데).

당시 이씨와 면접관의 대화 내용이다. 


면접관 : 국민연금공단에서 인턴을 했네요.   

이씨 : 네 그렇습니다.  

면접관 : 부서에 몇명이 있었나요? 

이씨 :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명은 넘었던 것 같습니다. 

면접관 :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까? 

이씨 : 당시 같이 일하던 인턴들이 취업에 성공하면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면접관 :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지 않나요? 

이씨 : 아, 제가 질문을 잘못 파악한 것 같습니다. 과장님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취업 후에 좋은 분을 소개해준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면접관:  지금 왜 소개를 받지 않나요?  

이씨 : 취업에 집중하고 싶어 그렇습니다.  


“면접관이 이전 인턴을 하던 곳의 직장 동료에게 먼저 연락이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는 당황했어요. 왜 이렇게 사소한 것을 물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지 확인해보려는 것 같았습니다. 또 건강보험 민원 업무 특성상 상대하기 어려운 고객이 많습니다. 그런 고객들의 터무니없는 질문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는지 본 것 같아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들어올 때 포기하는 지원자들이 많아요. 실제로 계속 들어오는 질문을 이기지 못하고 ‘아, 모르겠습니다’하면서 포기하는 지원자를 본적이 있습니다.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밝은 표정과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