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토피 해결하러 만든 제품..미국서 히트,77억 모았다

조회수 2018. 11. 5. 10:0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전 세계 투자자가 주목한 제품
하루에 숨 쉬기 2만번 건강과 직결
구글 창업자 등 유명인도 구입
공기질을 알아야 가습·제습·환기 등 조치 가능

"2011년 딸이 태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의 몸에 자꾸 습진이 생겼다. 아토피 피부염이었다. 피부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긁어줬다. 고통이 심해 딸은 밤마다 울었다. 왜 아토피 피부염이 생겼는지 알고 싶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해 물건 만드는 건 자신 있었다. 습도와 유기화합물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다. 딸 가방에 붙여 어딜 가든 측정하도록 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딸의 상태가 나빠진 원인은 건조한 공기였다." 


공기질 측정기 '어웨어'를 만든 노범준(39) 비트파인더 대표의 창업 이유다. 어웨어는 공기 중 습도·온도·이산화탄소·미세먼지·유기화합물(VOC)을 측정하는 기계다. 10초에 한 번씩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스마트폰으로 환기법을 알려준다. '공기청정기는 벽에서 10㎝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사용해야 순환이 잘됩니다' 같은 정보를 준다. 알러지, 숙면 등 개인 상태에 맞춘 정보도 준다. 


노 대표는 딸에게 만들어준 공기질 측정기를 발전시켜 2013년 말 창업했다. "먹고 마시는 건 하루 10번 정도지만 숨은 2만 번 쉰다. 우리가 어떤 공기를 마시는 지 알아야 한다."  

출처: 비트파인더 제공, 경제지 포츈 유튜브 계정 캡처
(왼쪽) 유명 IT컬럼니스트 월트 모스버그(사진 왼쪽)와 함께 제품 설명회를 했던 리코드 컨퍼런스 현장. 어웨어는 가로 16cm, 세로 9cm로 스피커와 비슷한 모양이다. 공기를 감지하는 특성이 스피커와 닮았다고 생각해 호두나무 원목으로 만들었다. 2013년 성대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밝힌 구글 창업자 래리페이지(오른쪽 사진)도 어웨어를 구입했다

가장 기본적인 숨쉬기로 전 세계에서 77억원 모여

2014년 말 내 놓은 베타 상품 65개가 2시간 만에 전부 팔렸다. 2015년 5월에는 세계적인 IT컬럼리스트 월트 모스버그의 제안으로 리코드컨퍼런스에서 함께 제품 설명회를 했다. 구글,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 CEO가 참석하는 유명 기술 컨퍼런스다. 


이후 6개월 만에 정식 제품을 내놨다. 가격은 199달러(약 23만원).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정식 런칭한 지역 외에도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사용한다. 억만장자인 구글 창업자 래리페이지도 어웨어를 샀다. 매출은 투자자 요청으로 아직 밝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투자금만 77억원을 모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컴퓨터공학자인 존 마에다도 투자자 중 한 명이다. 유명 글로벌 투자사인 글로벌 브레인, 엑셀러레이터 테크스타스, 디지털 에이전시 R/GA와 케이큐브벤처스, 퓨처플레이 등 국내 유명 투자회사가 투자했다. 미국 유명 병원인 메이요클리닉과 협업해 의료 정보를 제공한다. 


비트파인더는 공기질을 측정·분석하는 기술(소프트웨어)과 이를 장착한 기계(하드웨어)를 동시에 생산한다. 최근 기술 스타트업 트렌드는 주로 소프트웨어 위주 서비스 개발인 것을 감안하면 색다르다는 평가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실패 확률도 높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하드웨어는 어렵다(Hardware is hard)'라는 말이 진리처럼 통한다.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비트파인더 제공
노범준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케빈 조 비트파인더 CTO. 조씨는 아들이 천식으로 고통 받는 것을 보면서 공기질 측정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진단이 나와야 해결책을 찾는다"

이민 2세인 노범준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석사를 마치고 병역특례로 기업에서 근무했다. 정보통신회사 시스코, 보잉 등에서 일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집에 있던 차고에 회사를 차렸다. 3분 거리에 살던 공동창업자 케빈 조 비트파인더 CTO와 함께 시작했다. 조씨는 1980년대 청계천에서 컴퓨터 조립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미국에 갔고, 이후 20여년간 듀폰 등 유명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수십번 제품을 만들고 부셨다.

출처: 비트파인더 제공
처음 창업했던 창고. 면적이 넓지 않아 3D프린터와 공구 등 기본적인 도구만 들여놨다.

'공기질을 측정한다'라는 아이디어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었다. '공기질을 측정한다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나?' 


"'진단을 해야 해결책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아토피 피부염하면 유기화합물이나 '새집 증후군'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너무 덥거나 습해도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집니다. 온도나 습도도 중요한 거죠. 언제, 얼마나 틀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가습기나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는 게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공기질 측정이 특별한 기술일까?' '공기청정 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금방 따라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었다. 

"공기질 측정은 하드웨어 제작 기술 뿐 아니라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대기업이 따라하려면 데이터와 기술을 다룰 사람부터 다시 뽑아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인재를 뽑고, 어떻게 연구해야 할 지부터 다시 짜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시행하기 어려울 겁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IT기업도 가능하겠지만 과연 스타트업처럼 온전히 매달릴 수 있을까요?" 


어웨어가 뽑은 데이터는 고정관념과 다른 결과를 내 놓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하루 20만명이 넘게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강남역보다 환기가 제대로 안된 일반 가정집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에는 손가락 크기만한 웨어러블 기기로 만들었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서로 의견을 나누며 원목으로 감싼 현재 스피커 모양 제품이 나왔다. 이름도 웨이브(wave)에서 어웨어('알다'라는 의미의 aware와 공기를 뜻하는 air의 합성어)로 바뀌었다.

출처: 비트파인더 제공
초기에 만들었던 웨어러블 기기 형태의 공기질 측정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people)

창업을 하면서 가장 공들인 건 인재 영입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지만 처음 구성원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팀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예를 들어 글로벌 디자인회사 아이디오(IDEO) 출신 김보성씨를 스카웃했다.


또 2007년 행정고시 수석합격자 백산씨,  20년간 한국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제품 엔지니어로 일한 윤덕현씨 등도 합류했다. 초기 스타트업이지만 멤버 이력이 화려했다. 


"초반에는 제가 성공한 창업자가 아니라 사람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지인에게 함께 일하자고 하거나 소개를 받았습니다. 링크트인에서 직접 찾기도 했습니다. 좋은 인재를 데려오려면 3개월 정도는 공들여야 합니다. 요즘도 제 시간의 3분의 1은 사람 만나는 데 씁니다."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은 인재를 영입하는데 돈을 많이 쓰기 어렵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에서 나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입니다. 초기 단계 회사에서 함께 성장하고 싶거나,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거나 발로 뛰어 성과를 얻어내면서 자신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원하는 경우죠. 회사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을 솔직하게 설명하는 게 좋습니다."

 

이제 비트파인더의 미국과 한국 사무실에서 20여명이 일한다. 구글, 페이스북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보낸 이력서가 일주일에 20~30개씩 들어온다. 


노 대표는 아직도 임원급 직원들에게 매주 피드백을 해준다. 장단점이 아니라 지금 잘하고 있는 것과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말해준다.

출처: 비트파인더 제공
현재 미국과 서울 사무실을 합쳐 약 20여명 정도가 일한다.

다음 과제 투자를 어떻게 받을 것인가

기계를 생산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투자 받기가 쉽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실패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투자 받고 싶은 투자자와 아는 사이인 사람에게 그 투자자를 소개받는 게 가장 나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당 투자자는 당연히 궁금해합니다. '너는 왜 소개만 하고 투자는 안해? 그 회사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투자 안하는 것 아냐?'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검증받으면서 투자자를 모으는 게 좋습니다." 


비트파인더는 계속 시제품을 만들었다. 우선 한국 정부 자금을 지원받았다. 2015년 미국 대표적 엑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스(Tech Stars)에서 먼저 연락해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3개월간 뉴욕에 머물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조건이었다. 방 2개짜리 아파트를 빌려 직원 6명이 살았다. 


지금은 비트파인더의 투자자가 된 유명 디자이너 존 마에다가 멘토였다. 여기서 베타 상품을 만들었다. 재료를 떼와 직원들이 손으로 제작했다. 하루에 5차례 투자자를 만나 프리젠테이션하기도 했다.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 광고를 담당하는 R/GA와 테크스타스가 투자를 했다. 어웨어라는 제품 이름도 R/GA 담당자와 회의 도중에 나왔다. 초기 투자도 230만달러(약 26억3000만원) 유치했다. 


지인 소개로 세계적 IT칼럼리스트인 월트 모스버그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그는 PT 13분만에 "리코드 컨퍼런스에서 함께 발표하자"라고 했다. 리코드 컨퍼런스는 월트 모스버그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기술 컨퍼런스다. 


노 대표는 지금도 투자를 거절한 200여명의 투자자에게 회사 상황을 업데이트해서 이메일로 보낸다. 회사의 성장을 보고 다시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 

7개월을 헤매다 찾은 제품 양산 비결 

정식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속도와 기술이 가장 중요했다. 생산공장을 찾기 위해 미국, 중국을 7개월간 뒤졌다.  첫 목표는 1만개 생산이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중국이었다. "중국에 가면 뭐든지 만들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답은 한국이었다.


"100만개가 아니라 1만개짜리 제품을 주문한 회사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더군요. 또 제품을 만들기까지는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수정 요청도 수없이 해야하죠. 한국은 기술력을 갖춘데다가 한국말이 통하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노 대표는 앞으로 수익 모델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올해 초 어웨어를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과 연결하는 '어웨어 플로우'를 내놨다. 공기질을 측정해 자동으로 각 제품의 전원을 켤 수 있게 해준다. 


병원, 호텔, 학교 등 공공장소에 어웨어를 설치하고 월 사용료를 받는 모델을 구상중이다. 또 현재 온도, 습도,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유기화합물 등 5가지 센서 외 다양한 지표를 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어웨어가 인증한 공기라면 믿을 수 있다'라는 인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업 분야를 다양하게 열어두고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