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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청년 취향저격한 이 사람

조회수 2019. 8. 2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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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낼 힘이 없는데 왜 힘내라고 하나요?

청년들은 듣기 싫은 위로 중 하나로 "힘내"라는 말을 꼽는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힘낼 기운도 없는데 왜 자꾸 힘내라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지친다"라는 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30대 청년들은 공감을 매우 중시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언을 듣기 보다, 그 문제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공감받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그들의 마음을 '저격'한 시인의 B급 시가 조명받고 있다. DBR 278호를 요약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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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하상욱 시인의 'B급' 시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하상욱 시인을 몰랐을지언정 한번쯤 들어보았을법한 유명한 시이다. 하상욱씨는 온라인에 게시한 짧고 공감되는 시들을 통해 유명해진 시인이다. 그는 자신을 '시인' 대신 '시팔이'라고 소개했다. 만들어서 파는 것이 좋고, 실제로 자신은 글을 써서 먹고 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실제로 그의 시는 2-30대 청년에게 잘 '팔리는' 상품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의 저서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가 이를 증명한다.

출처: 하상욱 시인의 시들
하상욱 시인의 시들

그의 시는 기존의 정통시와 달리 분량이 짧고 소재도 일상적이다. 그러나 그 시는 잔잔한 여운을 준다. 내용들 하나하나가 젊은이들의 일상과 직장인들의 삶에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광고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시로 풀어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황마다 느꼈던 디테일을 풀어낸 것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의 시는 'B급' 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정통'에서 벗어난 'B급'이 가질 수 있는 장점들에 주목한다. B급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한다.

그의 시가 청년들을 위로하는 진짜 이유

그의 시는 표면적으로는 독자를 위로하지 않는다. '잘될 거야' '더 나은 미래가 있잖아'는 말 대신, 현실적인 내용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그의 시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내가 느낀 이별이나 아픔을 누군가도 똑같이 느끼는구나' 라는 공감이 있었고, 같이 아프다는 것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위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글을 쓰지 않는다. 표면적인 위로에 급급한 글들은 겉보기엔 예뻐 보일 수 있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고 풀어낸 대목에서도 그의 현실적이고 솔직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본인의 시가 'B급 감성'이지만 'C급'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B급은 완전히 허접한 것이 아닌,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가벼움이라는 것이다. B급에는 철학이나 컨셉이 있으며 그것들은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그의 시집 '서울 시'처럼 모였을 때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컨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컨셉을 통해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그것이 C급과 B급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차이가 된다.

출처: DBR
하상욱 시인

그는 청년을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밀레니얼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에 대해선 "기성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기성세대가 자녀를 양육할 때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으면서 자녀 뻘인 신입사원에게는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가치관은 시를 통해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러한 솔직함이 청년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결국 그의 B급 시는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를 어려워하며 긴 글을 읽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와닿는 문학이라는 의의가 있다. 그는 SNS에서 인스타그램 91만 명, 카카오스토리 100만 명의 팔로우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또 그 안에서 사람들은 그의 시에 자신의 의견을 보탠다. 인터넷 플랫폼에서의 구독자, 조회 수 등 '숫자' 들이 그의 시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B급 콘텐츠는 수준 낮은, 열등한 콘텐츠가 아니다. 오히려 대중이 함께 참여해 'Best'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이것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8호


필자 김성모 기자

인터비즈 이다희, 임현석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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