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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없고 고어만 가득한 '아웃라스트 2'

조회수 2017. 7. 20. 1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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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장점을 잘라버린 후속작

▶ 어떤 게임입니까?

아웃라스트 2

발매일: 2017년 4월 25일

가격: 32,000 원

엔딩까지: 4~8 시간

설명: 캠코더가 플레이의 핵심이었던 '아웃라스트'의 후속작입니다.

‘아웃라스트’는 공포를 잘 이해했던 작품이다. 숨바꼭질과 퍼즐의 조합은 영리할 정도로 기특했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포와 두려움들은 매우 훌륭했다. 추격전은 생존 본능을 자극하고, 시퀀스를 마무리하는데 더없이 적절했다. 

 

부실한 점이 많았던 게임이지만, ‘아웃라스트’는 게이머들에게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겨낸 게임이었다.


 

 

‘아웃라스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하나 꼽아 보라면 아슬아슬하고 걸레짝 같은 생존에 있었다. (난이도를 터무니없게 설정하지 않았다면) 수차례의 실수들은 허용되었고, 게임을 완벽하게 플레이해야 될 필요는 없었다. 

 

때로는 어설프게 짜여 있다고 느끼기도 했고, 난이도와 완성도에 허점이 많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아웃라스트’를 하며 몰입이 깨지는 일은 없었다.


 

 

전작의 장점들을 곱씹으며, ‘아웃라스트 2’에서 좋은 점들을 찾아보고자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아웃라스트 2’에는 전작의 좋았던 점들이 남김없이 ‘거세’되어있었고, 결과물은 끔찍했다. 

 

당신이 ‘아웃라스트’와 호러 게임을 사랑한다면 ‘아웃라스트 2’의 끔찍함에 절망할지도 모른다. 

 

 

어설픈 생존

공포 게임은 생존이 보상이며 게임의 핵심이다. 사망은 실패이자, 재도전할 기회이기도 하다. 플레이어는 세이브포인트로 돌아가게 되고, ‘살아남을 때까지’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같은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익숙함을 느끼게 되고, 익숙함을 느낄수록 긴장감과 경계심은 무디어지게 된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플레이어는 계산적이게 되며, 게임을 분석하려 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포는 점점 익숙해지며 예측되고, 마지막엔 통제된다.  


 

 

호러 장르는 ‘다크 소울’이 아니며. 실패와 시도가 거듭될 때마다, 성취감이라는 잭 팟이 쌓여가는 게임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아웃라스트 2’는 플레이어에게 ‘다크 소울’수준의 시행착오를 강요하고 있다. 

 

(좋든 싫든) 맵의 구조와 연출들은 반드시 외워야 된다. 즉사 함정은 곳곳에 널려 있고, 적이 등장하는 장소와 타이밍은 위협적이다. 실수 한 번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플레이어가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은 반복밖에 없다.

▲ 적이 어디서 등장할지 외워야 된다. 외우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이 게임에 ‘어설픈 생존’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완벽하게 생존하거나 죽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적들은 한두 방에 나를 로딩창으로 보내 버리며, 한 번에 4~5명씩 등장하기도 한다. 

 

한 번 상황이 꼬이면, 대부분의 경우 적들에게 둘러싸여 죽은 뒤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침대 밑이나 옷장에 숨는 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안 들키고 잠입에 성공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전작은 어설픈 A.I. 덕에 숨바꼭질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은 A.I.의 부실함을 물량으로 매우려고 하며, 몇몇 적들은 사냥개라도 된 것 마냥 당신이 숨은 곳으로 다가온다. 

 

기에다가 스크립트와 연출을 통해 진행을 방해하거나 강요하기도 한다. 말이 공포 게임이지, 잠입 게임을 무살상으로 깨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않다.  


 

 

게임을 테스트해봤을까 싶은 의문들을 남기는 구간들도 가득하다. 추격전 대부분이 1초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전력 질주와 숨 쉴 타이밍을 잘 못 잡았다고? 그럼 죽어야 한다.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럼 죽어야 한다. 열심히 도망쳤는데 길이 안 보인다고? 그럼 개구멍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죽어야 한다.

 

한 구역에서 죽음을 열 번 넘게 반복하다 보면, 이 게임에 ‘YOU DIED’라는 문구가 없는 게 이해되지 않을 거다. ‘아웃라스트 2’ 엔딩을 볼 때까지 죽은 횟수를 세어보면, 아마 ‘다크 소울 3’를 하며 죽은 횟수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다. 

 

 

퍼즐, 길 찾기
▲ 옥수수 밭으로 추격전과 숨바꼭질을 잘 병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정작 제대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이 게임에서 거세된 또 다른 부분은 퍼즐과 길 찾기다. 전작의 첫 번째 퍼즐을 떠올려보자. 침수된 지하실에서 발전소를 가동하는 구간은 ‘아웃라스트’의 모든 게 담긴 구간이었다. 적을 효과적으로 따돌리는 방법과 목적지로 향하는 다양한 경로 파악은 전작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에는 제대로 된 퍼즐도 없으며, 복잡하고 개미굴 같은 길 찾기도 없다.


 

 

퍼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퍼즐이라고 부르기가 싫을 정도로 단순한 편이다. 퍼즐의 절반가량이 적을 밖으로 끌어내서 시간을 확보한 뒤, 그 시간 동안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고, 아이템을 찾아내 문을 여는 게 나머지 절반이다. 

 

퍼즐들은 별다른 복잡함을 요구하지 않고, 장소를 샅샅이 둘러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FPS게임마냥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게 전부다.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오는 긴박함과 깨달음? 어차피 한 번 이상은 죽게 될 것이고, 퍼즐이 워낙 단순한지라. 패턴과 연출들을 외운 뒤, 유튜브에 올라오는 게임 공략들처럼 완벽하게 진행하면 된다.


 

 

퍼즐과 길 찾기를 줄여낸 대신, 추격전 분량이 엄청 늘어나게 되었다. 몇몇 구간들은 10분 간격으로 추격전을 배치하기도 하며, 게임 후반부는 추격전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봐도 무방하다. 

 

추격전이 긴박함과 몰입감을 살리는데 효과적임은 알지만, ‘아웃라스트 2’는 추격전이 너무 남용되고 있다. 추격전이 끝날 때마다 연출이 등장하는 것도 여전한데 추격전이 너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연출도 난발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화면 촬영은 좋은 시스템이지만, 원치 않은 장면을 쳐다봐야 되기도 한다.

연출은 폭력성과 잔인함이 극도로 강화되었다. ‘바이오하자드 7’? ‘휘슬 블로어’? ‘데드 스페이스’? 이 세 게임 모두, ‘아웃라스트 2’에 비하면 양반이라 느껴질 정도다. 

 

‘아웃라스트 2’는 불쾌하고 큰 의미가 없는 자극적인 연출들로 가득하고, 개중 몇몇은 화제성을 고려해서 넣은 것 같기도 했다. 

 

전작의 연출들이 호평받았던 이유를 떠올려보자. ‘손가락 절단’과 ‘거세’ 장면은 기상천외하고 예측이 불허했지만, 납득과 인내가 가능한 선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편은 쉽게 예측이 가능하고 납득과 인내가 힘든 장면들로 가득하다. ‘둠’을 플레이하며 더 많은 내장을 원했던 나지만, ‘문제의 그 장면’이 삭제되었음에 안도를 느끼고 있다. 수위 조절에 큰 영향을 끼친 호주 정부가 너무나 감사하다.

 

 

빛 좋은 개살구

UI를 개선하고 1인칭에 집중함으로, 시각적 몰입감과 그래픽은 대거 발전했다. 포토 리얼리스틱 연출로 질감을 잘 표현하고 있고, 게임 후반부 시각적 연출들은 ‘P.T.’와 맞먹거나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고. 차라리 포토 리얼리스틱 기법을 쓰지 않는 쪽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P.T.’와 ‘바이오하자드 7’에서 보았듯. 포토 리얼리스틱 기법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입자와 조명을 세밀하고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반면, 대비와 광원은 극대화되어 버린다. 

 

그 결과 게임에서 ‘빛’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고, 빛을 활용한 분위기 조성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아웃라스트 2’의 포토 리얼리스틱은 역효과만 내버렸다. 조명이 없다면 앞에 뭐가 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림자와 빛의 대비를 너무 강하게 한 나머지, 조명은 좁은 지역을 밝게 비추는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게임 내내 나이트 비전이 강요되고 있고, 화면은 매실 마냥 초록색으로 영롱해지게 된다. 

캠코더와 나이트 비전이 ‘아웃라스트’를 상징한다고 해도. 그것이 나이트 비전을 남발해도 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사물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계속해서 나이트 비전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조명과 사물을 통한 진행 방향 안내는 없다시피 되었다.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조명과 배경들을 통해 진행 장소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웃라스트 2’에도 그러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트 비전만 키고 다녀야 하는데. 초록색으로 점철된 화면 속에서, 땅에 떨어진 핏방울과 조명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겠는가? 결국 플레이어는 죽어가며 진행 경로를 알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시야에 있다. 안개와 입자 효과로 인해,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시야는 크게 제한되어 있다. 거진 7~10m까지가 한계라고 봐도 무방한데. 적들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야도 이와 엇비슷하다. 결국 적을 발견한 뒤 조용히 피하기보다는, 적에게 들켜서 죽고 난 뒤에야 조심하게 된다. 

 

앞서 말한 조명 문제까지 더해지면 심각해진다. 조명과 거리가 벌려지게 되면,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것 마냥 흐려지게 된다. 

 

‘아웃라스트 2’의 포토 리얼리스틱은 ‘게임을 보는 사람’을 위한 빛 좋은 개살구지. 플레이하는 사람의 몰입감을 올려준다고 보기는 힘들다.

 

 

난해함

‘아웃라스트 2’에서 그나마 좋았던 부분들은 꼽으라면, 학교에서 이뤄지는 시퀀스들을 꼽고 싶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시퀀스들이 없었다면, ‘아웃라스트 2’는 공포 게임이 아닌 잠입 게임으로 분류해야 됐을지도 모른다. 

 

웃기게도. 학교에서 진행되는 부분들은 포토 리얼리스틱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로 활용한 공포 연출도 상당히 공들어져 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부분과 사막에서 진행하는 부분이, 과연 같은 개발사에서 만들어진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부분들은 심리적 공포와 무력함으로 가득하며, 신선한 연출들로 가득하다. 반면 사막에서 진행하는 부분들은 추격전과 지루한 로딩으로만 가득하며, 공포라곤 찾아볼 수 없다. 

 

물론 학교 시퀀스라고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점들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포와 신선함이 느껴진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둔다.

물론 학교에서 진행하는 부분이 잦아질수록, 이야기의 갈피는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과 기독교에 관련된 내용들로 이뤄져 있고. 영미권의 성경 문화와 거리가 먼 우리 입장에선, 부분부분 파편적으로만 이해하는 게 한계이다. 

 

당신이 게임 내의 문서 하나하나와 설정들을 중요시 여긴다면, ‘아웃라스트 2’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플레이어에게 ‘아웃라스트 2’는 난해하고 찝찝하며 해독하기가 불가능하다.


 

 

전작에서 주인공은 기자로서 가지는 직업의식과 생존이라는 원초적 본능 사이에서 경계를 오갔다. 정신 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라면. 손가락이 잘리는 정도는 인내할 수 있었고, 캐릭터가 취하는 행동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웃라스트 2’에서 직업의식은 게임 초반부에 사라져버리며. 그 뒤부터 캠코더는 나이트 비전 기계로 바뀌게 된다. 연인의 행방을 찾고, 이곳에서 일어난 괴현상을 밝히겠다는 두 가지 목표는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것임에도 불과하고. ‘아웃라스트 2’는 연인의 행방도, 괴현상의 정체도 아닌, 난해하고 알 수 없는 것들에 이야기의 무게를 두고 있다. 

 

 

결론

‘아웃라스트 2’에는 불합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나칠 정도로 완벽함을 요구하고 있고, 전작의 장점들은 거세되어 버렸다. 

 

그래픽은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며, 오히려 게임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스토리는 허점이 많으며, 갈피를 잡기 어렵다.


 

 

굳이 구매를 하겠다면 당분간은 기다리는 쪽을 추천한다. 게임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줄 업데이트가 시급하며. 이야기의 허점들을 보완하거나, 공포로만 가득한 DLC가 필요해 보인다. 

 

게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합리함과 거세된 게임성을 인내해야 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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