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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도 쥐락펴락한 이 사람, 어디서 봤다면?

조회수 2019. 4. 19.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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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바이스> (Vic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바이스> 표지 및 이하 사진 ⓒ 콘텐츠판다
* 영화 <바이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이스>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밑에서 부통령으로 활동했으나, '부시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력자였다는 평가를 받은 '딕 체니'의 이야기를, 132분 동안 블랙 코미디 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줄타기 타듯이 펼치는 영화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바이스>는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이상 아담 맥케이), 남우주연상(크리스찬 베일), 남우조연상(샘 록웰), 여우조연상(에이미 아담스), 편집상(행크 코윈), 분장상(그레그 캐놈 외 2명)까지 총 7개 후보에 올라, 분장상 하나만 받으며, 수상 레이스를 마감했다.

분장상과 더불어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았던 후보 분야는 남우주연상과 편집상이었다. 골든 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연이어 크리스찬 베일이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유력한 편집상 후보였던 <퍼스트맨>(2018년)이 후보에서 대거 빠지게 되면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상의 주인공은 '대세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과 존 오트만 편집감독이 오스카의 영예를 안았다.

두 분야에서 영화 관련 현지 매체들이 <보헤미안 랩소디>가 받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Will Win), 좀 더 상을 받았어야 했다(Should Win)는 의미로 <바이스>를 선택했기 때문에, 궁금증이 있었다. 특히 '베일신'이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하며, 몸무게를 줄였다 늘렸다 하는 것이 특기인 크리스찬 베일의 모습이 예고편으로도 충분히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 시상식이 끝난 이후, 'CGV 아카데미 특별전'을 통해 처음 국내에 공개되고, 이후 4월이 되어서야 정식 개봉을 통해 '베일'이 벗겨진 <바이스>는,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일대기와 더불어,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선 정국 등 정치 판도를 알고 보면 더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 상황을 모른다면 웃음을 주는 포인트들에, 웃을 수 없는 장면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코미디 작품의 각본, 연출에 참여했던 아담 맥케이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대량살상무기'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꼭 국내 관객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높은 진입 장벽을 잘 아는 아담 맥케이 감독은, 전작이자 묘하게 <바이스>와 연결 고리가 있는 <빅쇼트>(2015년)에서 사용한 특유의 교차 '편집' 구성을 고스란히 가져간다.

마치 마고 로비가 <빅쇼트>에서 거품 목욕 중에 어려운 경제 용어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언급하는 것처럼, <바이스>에서는 갑자기 '단일 행정부론'을 설명하기 위해 코너 속의 코너처럼 간단한 강의가 펼쳐진다.
<바이스>는 젊은 시절 '딕 체니'와 2001년 '9.11 테러' 직후 지하 벙커의 상황을 연이어 보여주더니, '딕 체니'가 어떻게 정계에 입문하게 됐는지를 소개한다. 예일대에서 퇴학하고, 유치장을 드나드는 방탕한 삶을 살던 '딕 체니'는, 학창시절부터 사귀다 결혼한 1941년생 동갑내기 '린 체니'(에이미 아담스)의 다그침을 받는다.

'린'이 콜롬비아 대학에서 모든 과목 A를 받는 수재임에도 불구, 당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온 정략적 선택이었다. 마음가짐을 고치게 된 '딕 체니'는 1969년 의회 인턴십 프로그램을 받던 중 '도널드 럼즈펠드'(스티브 카렐)의 언변에 휘둘려 공화당에 들어간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몸을 사린 '딕 체니'는 34세의 나이로 최연소 '백악관 비서실장'이 된다. 이는 그가 남들 앞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몇 수 앞을 내다보고 관찰 끝에 유령처럼 일을 처리했기 때문이었으며, 그를 이끌어준 '도널드 럼즈펠드'는 '백악관 비서실장'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다.

그러나 1976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부임하면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백악관에서 나온 '딕 체니'는 와이오밍주의 하원 의원으로 선출되어 1989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딕 체니'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부임하면서 다시 백악관에서 나가게 된다. 그가 백악관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는 장면은 다른 방법으로 묘사가 되는데, 가장 큰 예가 '지미 카터' 대통령이 백악관에 설치했던 친환경 에너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고 철거되는 대목이었다.

이는 '딕 체니'가 잠시 정계에서 은퇴하고 금융 대기업의 정책 자문직과 더불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채굴 기업인 '핼리버튼'의 CEO로 활동한 것과 긴밀히 연결된다.

그렇게 영화는 평화롭게 그의 저택에서 마무리되는 것처럼 '엔드 크레딧' 자막이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일명 '페이크'였고, 일종의 '인터미션'과 같은 구실을 해준다. 아들 '조지 W. 부시'(샘 록웰)가 자신의 대선 캠페인에 러닝메이트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하는 것으로 영화의 '2막'은 시작된다.

부통령 직책은 "그저 이름 뿐"이라는 것을 잘 알던 '딕 체니'는 관료 관리 감독부터, 국방 안보, 에너지 자원 관리, 외교 정책 등 전반적인 업무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대놓고 밝히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조지 W. 부시'는 이를 수락한다.
'9.11 테러'가 일어나자, 이 상황을 국가 안보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위신과 더불어, 그가 CEO로 재임했던 '핼리버튼'의 주식 상승을 노리고 싶어한 '딕 체니'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주장하며 침공을 진행한다.

결국, 폭력은 폭력을 낳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태어난 것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ISIS'였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담긴 <바이스>를 좀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홍보측이 꺼낸 문구는 '그 형이 바꾼 세계사(feat. 한국사)'였다.

"미국 부통령도 우리 민족이었어, 왜?"라는 문구를 통해 호기심을 유발한 것이었다. 당시 'IMF' 관리 체제에서 빠져나온 한국은 전쟁이라는 혼돈과 더불어 중국과 인도의 발전으로 인해 석유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유가 상승'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는 채권 금리의 폭등과 채권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됐고, 기업 자금의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동시에 국내 외국인 투자자본의 대거 유출로 인한 '경제 위기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시켰다. 결과적으로 폭등한 유가는 경제 불황의 시금석을 만들어냈고, '부시 행정부' 말기인 2008년에는 <빅쇼트>에도 언급된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바이스>는 '딕 체니'가 좋아하는 낚시 장면을 계속해서 등장시키면서, '조지 W. 부시'를 마치 물고기처럼 낚아채는 모습과 더불어, 전 세계라는 낚시터에 자신의 미끼를 던지는듯한 인상을 심어주게 만든다.

이는 그의 확실한 제작 의도가 담긴 마지막 인터뷰 장면과 쿠키 영상으로 연결된다. 카메라를 대놓고 쳐다보면서 말하는 '딕 체니'의 인터뷰 장면은 연극으로 따지면 '제4의 벽'을 통해 말하는 것과 같다. 그가 언급하는 "내가 그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당신들의 가족은 안전했을까? 나를 지지한 것도 당신들이 아니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쿠키 영상에 앞서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년)에 삽입된 노래 'America'를 선곡하면서 CCTV, 성경, 총기, 미사일, 뉴욕 세계 무역 센터, 백악관 등이 붙여진 낚시 바늘들을 연신 보여준다.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섬에서 온 빈민들이 뉴욕에서 제2의 할렘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과 더불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이민자 관련 정책들에 대한 반감으로 읽혀지는 장면이었다.

쿠키 영상에서는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를 알았는데, 순전히 좌파가 주장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하는 한 남자에게 "그래도 '팩트'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라면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하필이면 싸움 중 다른 사람이 "새 <분노의 질주> 영화 기대된다"라는 전혀 상관 없는 말을 하면서 쿠키 영상은 마무리된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바이스>가 단순히 미국의 '민주당'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자 했다. "단순히 선동 광고나, 가짜 뉴스 등을 통해서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시대에서 벗어나, 우리가 왜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됐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힌 그의 의도처럼, 관객은 '유권자인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은 무엇인가?'부터 '어떻게 하면 똑바르게 정치인들을 응시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극장을 빠져나오게 된다.

한편, 크리스찬 베일은 '딕 체니'의 2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대를 연기하면서, 20kg 넘게 증량을 했고, 삭발은 기본이며, 몸짓이나 걸음걸이, 화법 모두 '딕 체니'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5개월에 걸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분장상을 받은 그레그 캐놈 분장감독도 크리스찬 베일의 얼굴 특수 분장을 위해 6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야 했다. 또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샘 록웰 역시 단순히 '패러디'나 '풍자'의 대상으로 '조지 W. 부시'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끝에 명연기를 선보였다.
아쉽게도 6차례나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에도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에이미 아담스도 '린 체니'를 연기하면서, 크리스찬 베일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연령대를 소화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했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라는 본인의 소망을 이뤄내고 있는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행운이 오길 바란다.

또한,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코미디'로 더 알려진 배우들의 확실한 정극 연기에 있다. 코미디 영화 <앵커맨> 시리즈로 아담 맥케이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스티브 카렐은 "자신의 권력에 누군가가 도전한다면 접이식 나이프의 달인처럼 바로 베어버린다"라고 말한 '도널드 럼즈펠드'를 통해 <폭스캐처>(2014년), <빅쇼트> 등 최근에는 코미디보다는 정극에 훨씬 어울리는 인상을 제대로 심어줬다.

B급 코미디 영화인 <마디아> 시리즈를 통해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수상자로 더 많이 알려진 타일러 페리 역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맡으며, 올해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만회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19/04/12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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