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작전이 모두를 구한다

조회수 2017. 8. 16.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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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새벽의 7

새벽의 7인

(Operation Daybreak),
1975작, 감독: 루이스 길버트 /

출연: 티머시 바톰즈, 앤서니 앤드루스

나치 총사령관 암살 성공하고

최후 맞는 레지스탕스 대원들
다큐처럼 사실에 충실,

체코 망명정부의 무계획적 작전 꼬집어

‘007 시리즈’ 루이스 길버트 감독 작품…

뭉클한 엔딩 긴 여운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편할 날이 거의 없었다. 유럽의 체코·폴란드·헝가리 등 동구권 국가들도 소련·독일 등 강국 사이에서 약소국의 설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부터 체코(당시는 체코슬로바키아)는 독일의 간섭·침략을 자주 받았다. 

그럴 때마다 체코는 프랑스·러시아(당시 소련)에 도움을 청했지만 결국 나치 독일에 강제 통합됐다.

체코 레지스탕스들의 독립 투쟁 실화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대항한 체코 레지스탕스들의 독립 투쟁을 그린 영화가 ‘새벽의 7인’이다. 1942년 5월 27일 아침, 오픈카를 타고 출근하던 독일 장교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Reinhard Heydrich)를 체코슬로바키아 군인인 얀 쿠비스와 요셉 가베이크사가 수류탄을 던져 암살한 사건을 영화화했다. 감독은 루이스 길버트로, 007시리즈 ‘두 번 산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등을 연출했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는 히틀러를 이을 차기 총통으로서 게슈타포 및 친위대(SS) 보안방첩부의 수장. ‘프라하의 도살자’ 라는 별명을 가진 유대인 학살의 계획자였다. 또한 당시 보헤미아-모라바 보호령의 총독으로 실질적으로 체코를 통치한 인물이었다.

나치 총사령관을 암살하라


영화는 나치 점령하의 체코슬로바키아를 무대로 나치 총사령관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려는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활약상과 동료의 배신으로 비극적 종말을 맞는 레지스탕스의 최후를 그린 전쟁 드라마다.


영국에 망명한 체코 정부는 독일군 총사령관 하이드리히를 죽이기 위해 얀 쿠비스(티머시 바톰즈)와 요셉 가베이크사(앤서니 앤드루스), 카렐 쿠르다(마티 숀) 등 3명의 상사를 체코에 잠입시킨다. 작전 암호명은 ‘새벽(Daybreak)’. 하지만 열차 칸에 탑승한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려던 첫 시도는 방아쇠를 당기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가 가로막아 실패로 돌아갔다. 4명의 대원을 더 투입해 재차 암살을 시도한 레지스탕스들은 오픈카를 타고 출근하는 하이드리히에게 수류탄을 던져 저격하는 데 성공한다.

하이드리히의 장례를 치르고 독이 오른 독일군들은 레지스탕스들이 숨어 있다는 리디체 지역을 지구 상에서 없애 버리겠다며 마을 전체를 초토화한다. 그런 와중에 레지스탕스 중 카렐이 가족을 만나면서 대원들을 배신, 밀고한다. 얀과 요셉 등 대원들은 신분이 노출돼 나치 독일군의 추격을 받게 된다. 이들 7명은 성당으로 숨어든다. 신부의 도움으로 독일군에 대항하지만 강력한 화력에 밀려 차례차례로 죽고 만다. 결국, 모두 전사하고 마지막으로 얀과 요셉이 남는다.

실제 프라하 ‘성 메토디우스 성당’의 현재모스
영화에 나오는 프라하 ‘성 메토디우스 성당’의 영화 속 장면.
나치가 마지막 두 대원 얀과 요셉이 숨어있는 성당의 지하실에 호스로 물을 채우는 장면.

프라하 배경으로 쓸쓸한 장면 이어져

영화는 고도(古都) 프라하를 배경으로 레지스탕스들의 외로운 전투를 담고 있어 인상적인 장면이 많은데, 가장 가슴 뭉클하고 슬픈 장면은 영화 후반, 나치가 마지막 두 대원 얀과 요셉이 숨어있는 성당의 지하실에 호스로 물을 채우는 장면이다. 수장(水葬)시키겠다는 것이다. 지하실 안으로 들어오는 물이 점차 턱까지 차올라, 이제 어쩔 수 없게 된 얀과 요셉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이때 지하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한 줄기 새벽빛을 받으며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몇 발 남았어?” “충분해”라고 말한 뒤 서로를 포옹하고 상대방의 뒷머리에 총을 겨누고는 동시에 방아쇠를 당긴다. 나치에 잡혀 갖은 모욕과 고문을 당하고 총살당하느니 조국을 위해 스스로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광경을 밖에서 군중 속에 섞여서 지켜보던 얀의 연인과 대원들을 돕던 어린 여학생의 놀람과 비탄이 긴 여운을 준다. 실제 두 여자는 나치군에 체포돼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을 하다가 사망했다.


지휘관의 중요성 강조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사실과 실제 인물에 충실하게 촬영됐다. 당시 영국에 피신해 있던 체코 망명정부의 다소 무계획적인 암살 작전은 문제가 많았다. 1차 암살 작전은 기차의 시간표를 챙기는 준비성과 꼼꼼함이 부족했고, 2차 역시 수류탄 투척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기관단총이 불발해 주도면밀함과는 거리가 먼 어수룩한 작전이었다. 군사 작전에서 지휘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장면들이다. 체코 망명정부가 좀 더 치밀하게 암살 작전을 펼쳤다면 젊은 대원이 희생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 마지막 전투지였던 체코 프라하 성 키릴과 성 메토디우스 성당의 지하실 출구는 관광명소가 됐다. 아직도 당시 총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전사한 레지스탕스 대원을 기리는 추모도 잇따르고 있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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