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의 한 벌로 이어진 그 군복 너의 이름은?

조회수 2017. 8. 10. 1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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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조종사들이 체온 유지 위해 입던 옷
지퍼나 단추만 슥~ 채우면 끝
주머니도 많아 실용성·편의성 모두 만족
반바지와 셔츠 합친 ‘롬프힘’도 인기


‘롬프힘(romphim)’은 조종사들이 착용하는 ‘점프 슈트(jump suit:조종복)’처럼 상·하의가 연결돼 스타일은 물론 기능성과 편리함까지 살린 디자인으로 미국 남성 패셔니스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2017 미스 춘향’ 장이서 씨가 지난달 공군19전투비행단에서 병영체험을 하기에 앞서 조종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조종원 기자

상·하의가 하나로 연결된 원피스가 남성 평상복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바로 셔츠와 반바지를 합쳐 한 벌로 제작한 ‘롬프힘(romphim)’이다. 롬프힘은 상의와 하의가 붙은 형태의 아동복을 뜻하는 ‘롬퍼스(rompers)’에 남성 명사 ‘힘(him)’이 합쳐진 이름이라고 한다.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졸업반인 4명의 학생이 ‘에이스트 디자인(ACED Design)’이라는 의류 회사를 운영하면서 “스타일 살리고 실용적이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남자 옷”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이것이 히트를 한 것이다.

롬프힘은 기능성과 편리성을 우선한 의복이다. 롬프힘을 입었을 때의 정신적인 어색함보다는 신체적 편리함을 강조한다. 일단 흰색·하늘색·분홍색 등 색상이 다양하고, 구김이 안 가면서 내구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했다. 셔츠의 가슴 부분과 반바지의 옆선과 뒤쪽에도 주머니가 달려 있어서 소지품을 넣을 수 있으며, 맞음새(fit)를 좋게 하기 위해 허리에 조임 밴드를 부착했다. 바지 앞부분에 지퍼를 넣음으로써 실용성과 편의성까지 갖춰 한여름 평상복으로 손색이 없다.

롬프힘과 같은 의복으로 ‘점프 슈트(jump suit)’가 있다. 점프 슈트는 상·하의가 연결된 일체형으로, 기온이 낮은 고공을 비행하는 조종사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입었던 의복이다. 이 역시 밀리터리 룩의 일종이다. 조종사 이외에 정비사들이나 소방대원들도 이 점프 슈트를 착용하는데, 이는 긴박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지퍼만 올리면 착장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점프 슈트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활동한 엘비스 프레슬리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다. 1960년대 후반부터 여성복 디자인에 도입되면서 현재까지 남성보다는 여성복 패션에 더 많이 등장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런 원피스 형태의 점프 슈트가 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2018년 봄여름 패션쇼에도 등장했다.

점프 슈트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활동한 엘비스 프레슬리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2018년 봄여름 패션쇼에 등장한 점프 슈트. 필자 제공
점프 슈트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활동한 엘비스 프레슬리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2018년 봄여름 패션쇼에 등장한 점프 슈트. 필자 제공

상·하의가 연결된 점프 슈트, 특히 파스텔 톤의 롬프힘을 입은 남성의 모습은 강한 남성성이나 권위 대신 편리함과 편안함 그리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요즘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패션 정보사들이 분석한 2018년 봄여름 남성복 트렌드를 살펴보면, 환경친화적인 일상의 현실을 중심으로 한다. 꿈같은 패션이 아니라 일상이 곧 패션인 것이다. 아예 패션쇼를 하지 않겠다는 브랜드가 생기고, 패션쇼는 특정 쇼룸에서 벗어나 공공장소에서 펼쳐지며, 패션쇼에는 실제 가족이 등장한다. 공공장소에서 패션쇼들이 치러진 만큼 올여름 무더위가 또 하나의 이슈였다고 한다.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거나 신체를 과감히 드러낸 패션이 무더위를 경험한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놈코어’의 추구가 좀 더 실제화되고 광범위화되고 있는 것이다. 놈코어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나만의 개성을 살린 패션을 말한다. 패셔너블하지 않은 패션,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멋스러운 패션이다. 대중가요 가사처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니 거인 듯 니 거 아닌 니 거 같은 나’가 요즘의 패션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썸’의 가사가 애매한 사이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요즘의 패션은 하이브리드(hybrid)를 추구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외출복 같지만 집에서 입어도 편안하고, 집에서 입는 옷처럼 캐주얼하지만 외출복으로 입어도 손색이 없는 그런 패션이 이제는 대세다. 점프 슈트를 닮은 롬프힘도 그중 하나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희정 상명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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