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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부부의
자전거로 유라시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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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qui 28,732명이 봤어요 ·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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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행 파트너였던 토마와 함께 한 유쾌한 날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여행

불가리아(Bulgaria)의 수도 소피아(Sofia)에서는 페타와 스토얀카 부부네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 매년 해외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이 활기 넘치는 부부는 올해 이미 포르투갈을 다녀왔고 내년에는 어디로 떠나야 할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이들의 여행은 우리와 달랐다. 개별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닌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함께 다니는 것. 많은 인원이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에 보다 안전하며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리 역시 나중에 단체 여행을 떠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가리아 소피아의 대표적 건축물인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Alexander Nevsky Cathedral). 외관에서부터 웅장함이 풍겨 나온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우리를 살갑게 챙겨주던 부부는 터키(Turkey)로 향하는 길 곳곳에 동호회 회원들이 있으니 차례로 만나 보라며 연락처를 챙겨줬다. 덕분에 불가리아에서만큼은 지낼 곳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첫 번째 주소를 찾아가니 소피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지나 할머니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안 외모의 소유자인 지나 할머니는 짐이 가득 실린 우리 자전거를 보더니 깜짝 놀라했다. 본인은 신용카드 하나만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로드 바이크를 비롯해 여러 대의 자전거를 타는 할머니가 더 놀라웠다.

넘치는 활력으로 자전거 여행을 즐겨 떠나는 지나 할머니.

지나 할머니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터키로 향하던 중, 플로브디프(Plovdiv)에서 함께했던 프랑스 자전거 여행자 토마를 마주쳤다. 페타와 스토얀카 부부의 집에서 만나 가까워진 토마와는 일정이 달라 아쉬운 작별을 고했던 친구였다. 그랬던 토마를 다시 만나게 되다니. 그가 선택했던 루트가 생각보다 위험하고, 림이 돌에 찍히는 사고까지 일어났다고 하니 건강한 몸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소피아에서 만난 토마를 플로브디프에서 다시 만났다. 깊은 숲 속에서 캠핑을 하는 토마를 따라 매일 캠핑 사이트를 찾아 다니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나봐.”

“그러니까,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어쨌든 다시 만나게 됐으니 같이 이스탄불까지 달려 보자고.”

“오케이, 렛츠 고!”


시답잖은 대화에서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풍부한 화제와 말솜씨를 갖춘 토마는 완벽한 여행 파트너로 어느새 옆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그렇게 불가리아를 떠나 그리스(Greece)와 터키의 국경지역인 에디르네(Edirne)까지 함께 달려왔다. 운 좋게도 개기월식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국경 근처 가장 높은 전망대에 자리를 잡았다. 월식을 보기 위해 찾아간 전망대였지만, 막상 해가 지자 셀리미예 모스크(Selimiye Mosque)를 비롯한 에디르네의 야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이자 동서양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터키. 그 곳에는 우리를 형제라 부르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며 만난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연말연시를 보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됐던 유라시아 여행기의 전반부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 하지만 터키를 시작으로 아시아 대륙을 향한 후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유럽을 지나 아시아로 들어가는구나.”

“이스탄불까지 한참 남았지만, 공기부터 다른 것 같지 않아?”

“또 오버한다. 잠깐만 저기 봐, 월식이 시작됐어!”


야경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기를 수십 분, 드디어 기다리던 개기월식이 시작됐다. 아무도 없는 높은 언덕 위에 텐트를 치고 모두들 말이 없었다. 아름다운 야경과 월식이 벌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묘한 분위기가 주변을 감돌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새로이 시작될 여행이 모쪼록 무탈하게 진행되기를 간절히 빌었다.

몸서리치도록 추웠지만, 텐트 밖으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물어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드디어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여행이 힘들고 지칠 때면 ‘일단 이스탄불까지 가보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기에 우리에게는 이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연말을 맞은 이스탄불은 다른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특유의 생동감과 분주함이 있었다.


“여기가 진짜 이스탄불이야?”

“그럼 가짜겠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뭘. 우리 끝까지 힘내서 여행하자고.”


이스탄불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한겨울 자전거 여행을 위해 한국에서 장비를 추가로 공수 받고, 중앙 아시아 비자를 발급 받았으며, 고장 난 자전거와 장비를 고치는 등 이래저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러다 시간이 생기면 시내에 나가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다.


이스탄불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에게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다. 보스포러스 해협(Bosporus Str.)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이 만나기 때문에, 유라시아 횡단을 계획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그동안 여행하며 마주쳤던 사람들은 물론 우리와는 다른 루트로 도착한 여행자들, 혹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이미 거쳐 온 여행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될 행운이 얼마나 될까? 이스탄불에서라면 가능하다.

터키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 이슬람 사원인 셀리미예 모스크.

우리 역시 크로아티아에서 만났던 에밀리, 마케도니아에서 만났던 펠릭스, 불가리아에서부터 함께 하는 토마 외에도 새롭게 만난 여러 명의 친구들과 그간의 여행담을 나누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럴 때 파티가 빠지면 섭섭하다. 며칠 후면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이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개기월식이 있던 밤, 그리스의 한 전망대에서 캠핑을 하며 바라본 에디르네의 야경.

사실 이스탄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도시다. 이슬람교인이 대부분인 이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각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구와 음식을 준비해 조촐한 파티를 개최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나누며 여행 이야기를 나누던 그 날의 모임은 밤 늦도록 계속 됐다. 누구도 피곤한 기색 없이 열정이 가득 담긴 자신만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모르긴 몰라도 그날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 받아 새해부터는 누구보다 더 멋진 여행을 해야겠다고 다짐 했을 것이다. 당장 나부터도 그랬으니까.

이스탄불에서 반갑게 다시 만난 6인의 자전거 여행자들.

파티가 끝나고 6일 뒤, 한 해의 마지말 날이 다가왔다. 같이 지내고 있는 토마와 집주인 케렘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새해를 맞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와는 상반되게 거리 풍경은 흥겨워 보였고, 우리 역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올해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돌이켜 보면 이번 년도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동남아 자전거 여행을 시작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와 배낭 여행을 하고, 이탈리아에서부터 터키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하며 누구도 하지 못할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터키의 겨울 식탁을 지배하는 생선인 함시(Hamsi). 이스탄불의 갈라타 다리는 항상 함시를 낚으려는 강태공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우리의 유라시아 여행기 전반부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떠오를 태양과 함께 아시아 대륙으로 모험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뒤돌아 보면 유럽 자전거 여행에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여행이란 항상 아쉬움을 남기고,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속상하지만은 않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지도 위에 우리만의 선을 그려 나가다 보면, 그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특별한 기억들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삶의 지표 역시 찾게 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사진: 이성종, 손지현

홈페이지: coupletour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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